한국일보

흑인 혼혈 ‘2015년 미스 유니버스 일본’

2015-05-3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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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일민족 일본의 인종편견에 도전 선언

▶ 찬반논란 “다양한 사회 위한 계기 삼겠다”

흑인 혼혈 ‘2015년 미스 유니버스 일본’

‘ 2015년 미스 유니버스 재팬’ 아리아나 미야모토는 자신의 이번 수상과 이에 따른 논란이 일본에서 자신과 같은 혼혈시민들이 겪 는 어려움을 조명하는 기회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아리아나 미야모토가 지난 3월 ‘2015년 미스 유니버스 일본’의 왕관을 썼을 때, 그녀는 당당한 워킹과 환한 미소, 그리고 21살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침착한 자신감으로 인기를 독차지했다고 대회 참가자들은 전했다. 그러나 일본 전국의 관심을그녀에게 쏠리게 한 것은 미모와 침착함만이 아니었다. 단일민족에 자긍심을 갖는 일본의 주요 미인대회에서‘하프(hafu)’로 불리는 혼혈 여성이 우승한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흑인 혼혈로는 미야모토가 처음이다. 미야모토는 내년 1월 개최예정인 국제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 일본 대표로 출전하게 된다. 그녀는 자신의 국제무대 출전(거기서 우승 한다면 더욱 좋고)이 일본인들이 하프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는 현실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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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은 내게 ‘당신의 어느 부분이 가장 일본인 같은가’라고 늘 묻는다”라고 수퍼모델처럼 긴 다리를가졌지만 일본여성 특유의 수줍음도지닌 미야모토는 말한다. “그때마다나도 ‘난 일본인인데요’라고 대답합니다”미스 유니버스 일본 대회에서 우승한 후 미야모토를 미의 여왕으로 선발한 심사위원들을 비난하는 글들이온라인에 수없이 올라왔었다. “일본미스 유니버스라면 최소한 진짜 일본인의 얼굴은 가져야하지 않는가?”그러나 그녀를 옹호한 글이 더 많았다 :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에서자란 일본국민을 왜 일본인으로 간주하지 못하는가?”나가사키 주둔 미 해군의 병사였던 흑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미야모토는 얼마 안가아버지가 귀국한 뒤 일본에서 자랐다. 검은 피부와 곱슬머리는 늘 놀림의 대상이었다. 까만 물이 옮는다고손잡기도 꺼려한 아이들 뿐 아니라학부모들까지‘ 검둥이’로 부르며 왕따시키기 예사였던 분노와 고통의 시절이었다.


그 같은 경험을 기억하는 미야모토는 이번 대회우승을 단일민족 일본사회가 혼혈국민이 처한 어려움을 인식하는 계기로 만들려고 노력한다.

“요즘도 사람들은 나를 일본인이아닌 외국인으로 봅니다. 식당에선영어 메뉴를 주고 젓가락질을 잘한다고 감탄합니다”‘ 원어민’ 일본어를 구사하는 그녀는 “난 ‘일본인’의 정의에 대해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이 같은 ‘사명감’은 요즘 인종문제가 조금씩 대두되기 시작한 일본에서 민감한 반응을 부르기도 한다. 후지TV는 최근 검은 얼굴의 가수들을 그린 뮤지컬 방영 계획을 반인종주의 단체의 압력으로 취소했으며한 극우파 소설가는 국내외에서 인종차별적 분리정책을 주장하여 물의를 빚기도 했다.

미야모토의 미인대회 우승은 이런와중에서 일본이 천천히 다양화를포용해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많은 사람들은 생각한다. 적극적 이민정책이없는 일본의 경우, 새로운 다양화의근원은 주로 일본인과 외국인의 결혼에 의한 혼혈 자녀 출생이다. 영어의‘절반(half)’에서 비롯된‘ 하프’ , 혼혈인들의 인구는 조금씩, 그러나 확실한 증가세를 보여 매년 전체 신생아의 2%인 2만명에 이르고 있다.

미야모토가 대회참가를 결심한 동기는 한 친구의 죽음이었다. 백인 혼혈로 일본에서 나고 자란 남자 친구였는데 백인 얼굴을 하고 영어를 못한다는 등 놀림을 받는 것에 지쳤다며 목매어 자살했다. “그는 자신이마음 편히 머물 곳은 세상 어디에도없다며 좌절했었다”면서“ 난 내가 우승하면 모든 일본인이 다 똑같은 얼굴일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증명할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기가 우리에게도 고향이며 고국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고…”라고 그녀는 말했다.

죽은 친구처럼 혼란스러웠던 미야모토는 13살 때 아버지의 초청으로미국으로 건너와 아칸소 주 잭슨빌에서 얼마동안 살면서 상당한 변화를경험했다. 아버지와 친척들을 처음 만났던 순간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나와 똑같은 피부 빛과 똑같은 얼굴을가진 그들을 보며 난생 처음으로 나도 정상이라는 느낌을 가졌으니까요”미야모토는 미국에선 자신을 흑인으로 말했지만 일본에선 여전히 ‘하프’로 자처한다. 다양한 배경의 혼혈일본인들의 대변인이 되기 원한다. 흑인 혼혈인 그녀의 우승은 하프 사이에 무언으로 존재했던 계층을 뒤엎는이변이기도 하다고 대회전문가들은해석한다. 하프 중에서도 피부 빛이하얄수록 아름답다는 인식이 오랫동안 정착해 있었기 때문이다.

미야모토에게 미국에서의 생활은흑인의 뿌리에 편안해지는데 도움을주었지만 자신이 일본임임을 재확인시켜준 시기였기도 했다.

하이스쿨에 다녔으나 언어장벽 등장애에 부딪쳤으며 흑인과 백인 모두동급생들은 그녀를 외국인으로 대했다. 아칸소 시골에선 찾기 힘든 일본음식을 그리워하고 향수병이 점점 심해지면서 그녀는 2년의 미국생활을접고 일본으로 ‘귀국’했다. “여기가내 나라이니까요”앞으로 모델로 활동하며 돈을 번후 미국의 대학에 진학하겠다는 꿈을 가진 그녀에 대해 한 참가자는 일본의 변화를 위해 “인종차별을 없애라는 사명을 지닌 미의 여왕”이라고말했다.

<뉴욕 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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