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남녀 임금차별’의사들도 예외 아니네

2013-05-31 (금)
크게 작게

▶ 똑같이 어렵게 공부하고 수련의·전문의 거쳤는데 30년 간 일하면 연봉차이가 웬만한 집 한 채 값 “남성이 승진·봉급인상 요구 더 적극적으로 한 탓”

‘남녀 임금차별’의사들도 예외 아니네

최근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남녀 전문의의 평균 임금 차는 연 1만2,000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버드 의대 교수인 조앤 맨슨 박사는“남성 교수는 여성 동료에 비해 임금협상에 훨씬 적극적”이라며“이는 사회적, 혹은 문화적으로 깊숙한 뿌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 동일한 연차의 대학병원 의사들 분석

여성은 남성에 비해 일반적으로 임금수준이 낮다. 같은 직종, 같은 직급에 속해 있다 해도 남녀 사이의 임금에는 차이가 난다. 이젠 그것이 당연한 일처럼 굳어졌다. 전문직 직종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의사다. 여성 의료인은 남성 동료에 비해 보수가 적다. 똑같이 의과대학에서 눈 빠지게 공부를 하고, 수련의와 전공의, 전문의 과정을 빠짐없이 거쳤지만 여자 의사의 봉급은 남성 의사에 비해 떨어진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신참 남녀 의사의 봉급 차액을 빠짐없이 모은다고 가정할 경우 이들이 은퇴할 때쯤이면 대학 학비를 해결하거나 널찍한 집을 장만할 정도의 목돈을 손에 쥘 수 있다.


공정한 비교를 위해 이번 조사를 주도한 보고서의 저자들은 근무시간, 학위, 전공과목, 연령과 봉급에 영향을 미칠 만한 다른 요인들을 고려의 대상에 넣었다이들은 미국 내 의과대학 혹은 의과대학 부속병원에서 연구에 관여하는 의사들만을 조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물론 연차 수가 같은 의사들이다.

근무 연한이 같다면 남자건 여자건 상관없이 보수가 얼추 비슷하게 나와야 정상이다. 하지만 남자 의사의 연봉이 여자 의사 연봉에 비해 1만2,000달러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30년간 일한다고 가정할 경우 이들 사이에 약 35만달러가량의 누적 차액이 발생하는 셈이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받아야 하는 차별대우다.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기분 좋을 리가 없다.

미시간 대학 연구원이자 유방암 방사선 치료 전문의인 레쉬마 자그시는 “보고서를 보는 순간 정신이 확 들었다”며 “너무 실망스러웠다”고 털어놓았다. 그녀는 여자라고 봉급을 적게 받아야 할 이유가 도대체 무어냐고 반문했다.

그녀 말대로 임금 격차의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의료 연구분야에서 명성이 자자한 두 명의 여성은 남성의 공격적인 ‘자가 발전’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자신을 알리고 홍보하는데 훨씬 적극적이다. 여성 동료보다 봉급 인상 요구도 자주한다.


“우는 아이에게 떡 하나 더 준다”고 승진과 봉급 인상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쪽에 아무래도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가게 마련이다.

승진이건 봉급이건 얌전히 주는 대로 받는 수동적인 직원을 알아서 배려해 주는 ‘착한 보스’는 그리 흔치 않다. 성경 말씀대로 구해야 얻고, 두드려야 열린다. 부르짖는 자가 응답을 얻는다.

‘브리검 앤 위민스 하스피틀’의 예방의학 과장이며 하버드 의대 교수인 조앤 맨슨 박사는 “남성 교수는 여성 동료에 비해 임금협상에 훨씬 적극적”이라며 “이는 사회적, 혹은 문화적으로 깊숙한 뿌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의과대학 부속병원 학과장으로 의사들의 봉급 인상과 승진 결정에 관여하는 맨슨 박사는 “보수를 올려달라고 찾아오는 의사들은 대부분 남성”이라고 전했다.

연방 질병예방통제센터(CDC)의 수장을 역임한 줄리 거버딩 박사도 맨슨 박사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CDC로 옮기기 전 UCSF에서 전염병 연구를 담당했던 거버딩은 “직장생활 초반에는 높은 임금을 받는 고위직 여성이 드물다는 사실에 화가 치밀었지만 곧 이 사실에서 동기를 부여받았다”고 말했다.

그 때 동기를 부여받고 열심히 노력한 탓에 승승장구한 그녀는 2009년 CDC를 떠난 뒤 세계적인 제약사인 머크의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겼다.

거버딩과 맨슨은 그들이 남성 동료들에 비해 보수를 덜 받았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말하기를 거부했다.

이전에 나온 몇 건의 조사 결과는 여성 의사들이 남성 의사들에 비해 보수를 적게 받는 것이 사실이나 이는 차별이라기보다 출산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한다.

아이를 낳고 키우기 위해 근무시간을 줄이고 시간 소비가 많지 않은 전문분야를 택하다보니 자연스레 보수도 남성 의사에 비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새로 나온 연구 보고서도 비교적 돈벌이가 안 되는 전문분야, 말하자면 소아과와 가정의학 분야에 여성 의사가 많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반면 심장외과와 방사선과 등 고소득 전문의 가운데는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러나 남성 의사와의 봉급 차이는 육아 책임이 없는 여성 의사들 사이에서도 발견된다. 같은 분야의 전문의인데도 봉급 수준 차이가 존재한다.

2000~2003년 연방 연구기금을 수령한 800명의 전문의들을 대상으로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실시한 이메일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여성 전문의의 평균 연봉은 16만8,000달러인데 비해 남성 전문의의 30만400달러로 3만2,000달러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여기에 보수에 영향을 끼칠 요인들, 다시 말해 학교에서의 지위, 전공분야 선택 등까지 감안하면 남녀 의사 사이의 보수 차이는 연 1만2,194달러로 축소된다.

듀크 대학 교수인 피터 우벨 박사는 임금 인상의 공식이 따로 없다고 말한다. 그러다보니 결정과정이 더욱 주관적이 될 수밖에 없다.

매년 의과대학에 진학하고, 졸업하는 학생의 남녀비율은 반반으로 균형을 이룬다. 남녀 의사의 숫자 역시 비슷하다. 그러나 의과대학에서 지도적 위치에 있는 여성은 그리 많지 않다.

자그시 박사는 채용을 담당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아마도 무의식중에” 남성 우위의 편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론했다. 남녀 사이의 임금 격차는 의료계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거버딩은 이번 보고서가 남녀 의료인들 사이의 임금 격차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녀는 의료기관은 문제의 심각함을 인식하고 자체 내에 남녀 임금 격차가 존재하는지부터 눈여겨 살펴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력 가꾸기는 종종 강력한 멘토와 스폰서를 갖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따라서 의괴대학과 의대 부속병원의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은 자격을 갖춘 여성을 적극 옹호하고 그들의 승진을 강력히 추천해야 한다고 거버딩은 강조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