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하 광장]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2010-05-19 (수)
기대원
정법사 주지
‘부처님 오신 날’이란 꽃도 오고 잎도 오고 새도 오고 일체 중생 모두 함께 온 날입니다.
부처님 오신 날 이라고 이름을 붙인 데는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부처님은 어디서 왔을까요?
전설적인 이야기에 따르면 도솔천(兜率天) 내원궁에서 오셨다고 합니다.
고대 인도인들의 세계관 속에서 착한 사람들이 태어나 기쁨을 누리는 곳이 도솔천인데, 세속적인 어원해석으로는 ‘만족시키다’라는 뜻을 가졌다고 해서 도솔천을 ‘지족천(知足天)’이라고도 부릅니다.
우리나라 한국에도 산중 높은 곳에 가면 도솔암 또는 지족암이라는 이름을 가진 암자가 있습니다.
삶에서 어떤 것이 가장 높은 경지입니까? 만족할 줄 아는 것. 즉 ‘지족’입니다.
도솔암이나 지족암이 산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 것은 만족할 줄 아는 지족의 경지가 가장 높은 경지임을 암시하는 것입니다.
‘부처님 오신 날’이라고 할 때 어디에서 왔는가는 어떤 특정 장소를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보통 “어디서 오는가?” 하고 물을 때 “집에서 옵니다” “사무실에서 옵니다” 또는 “직장에서 옵니다” 하는 식으로 온 장소를 말하지만, 불교의 선문답에서 말하는 장소는 출발한 장소가 아닌 것입니다. 부처님은 어디서 오셨습니까?
이 꽃과 잎들과 새들은 어디서 옵니까?
이 초목과 공기와 구름은 어느 곳에서 옵니까? 그리고 우리는 어디서 옵니까?
다시 한번 묻습니다. 부처님은 어디서 오셨습니까? 무엇을 하기 위해 오셨습니까?
우리는 이와 같은 물음을 남의 물음으로 생각하지 말고 자기 자신의 일로 물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물음 속에 부처님이 오신 뜻이 있습니다.
‘자비심이 곧 여래다’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자비심이 부처다’라는 이 말씀은 열반경에 있습니다.
모든 보살과 여래는 자비심이 근본이다. 보살이 자비심을 기르면 끝없는 선행을 할 수 있다.
누가 무엇이 온간 선행의 근본이냐고 묻거든 자비심이라고 대답하라. 자비심은 진실해서 헛되지 않고, 착한 일은 진실한 생각에서 일어난다. 진실한 생각이 곧 자비심이고, 자비심이 곧 여래다.
부처님이 어디서 오셨는가? 하는 물음의 해답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부처님은 도솔천이 아니라 자비심에서 왔다는 것입니다.
무엇을 하기 위해 왔는가? 바로 그 자비심을 실천하기 위해 오신 것입니다.
나는 어디서 왔는가? 또 무엇을 위해 왔는가? 이런 물음을 자신에게 물을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불교를 가리켜 종교학자들은 ‘구도(求道)’의 종교라고 합니다. 물음의 종교라는 뜻 입니다. 물음을 통해서 잠든 자아를 일깨워야 합니다.
깨달음이란 무엇입니까?
어느 날 새벽 별을 보고 갑자기 달라지는 것이 깨닫는 일이 아닙니다.
순간순간 새롭게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 스스로에게 늘 물음을 던질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나는 어디서 왔는가? 무엇을 위해 왔는가?
문제는 나는 불교인으로서 얼마만큼 자비심을 지니고 있는가.
그 자비심을 생활 속에서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가 인 것입니다.
이 어지러운 세상, 이 삭막한 세상, 이 무서운 세상을 그 어떤 힘으로도 구할 길이 없습니다.
자비심만이, 사랑만이 우리들 자신을 세우고 이웃을 구하고 세상을 구할 수 있습니다.
모든 종교들은 한결같이 말합니다.
자비에 의해서 사랑에 의해서 스스로도 구제받고 이웃도 구제할 수 있다고. 어리석음으로 인한 집착이 상사윤회의 근원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