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목요초대석/ 이건주 소망병원 원장

2010-01-2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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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낙후지역에 인술을 펴고 싶다”

▶ 카운티마다 호스피스 설립 계획, 구당선생 초청 침뜸효능 알리기 앞장도

한국일보가 제정한 ‘2009 올해의 인물’에 선정된 이건주 소망병원 원장이 미국에서 한국 의료기술을 알리고 한인 위상을 높이기 위한 계획을 밝혔다.
이 원장은 지난 15일 ‘올해의 인물’ 시상식후 기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조지아 낙후지역159곳에 호스피스를 설립하는 ‘닥터스 호스피스 조지아 투자이민(EB-5)’프로젝트와 한국 고유의 침과 뜸을 통한 치료법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닥터스 호스피스 조지아(Doctor’s Hospice of Georgia)’는 죽음을 앞둔 호스피스 입원환자를 위해 자원봉사하는 의사들의 단체로서 이건주 원장의 주도하에 지난 2005년 출범해 현재 550여명의 조지아 의료인들이 가입해 있다.
조지아주의 낙후된 지역에 호스피스를 개설해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환자에게 편안히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동시에, 한국의 의료기술을 알리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프로젝트다.
‘호스피스’는 미국의사로부터 6개월 정도의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환자들에게 연방정부(메디케어, 메디케이드)의 자금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다.
메디케어(Medicare)는 연방정부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서 65세 이상의 노인들과 65세 미만이더라도 특정한 장애나 질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공공의료보장제도다.
반면 메디케이드(Medicaid)는 미국민 의료 보조제도로서 65세 미만의 저소득층과 장애인을 위한 의료 프로그램이다. 미국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공동으로 재정을 보조하고 운영은 주에서 맡고 있다.
이 원장은 “종합병원 응급실 사용금액은 하룻밤 $6,000에 이르는 반면 호스피스는 $640”이라며 “호스피스는 환자들에게 고통 받지않고 생을 마감할 수 있는 권리를 주고, 지역 의료수준 향상과 의료예산을 절감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에 미국정부도 장려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닥터스 호스피스 조지아’프로젝트와 EB-5투자이민 제도를 적용해 한인들이 보다 쉽고 안전하게 영주권을 획득할 수 있는 투자이민 방법을 고안했다.
조지아 주정부와 상하의원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미국연방자금의 도움을 받기 때문에 안정성이 높고 영주권 획득 가능성이 높다.
EB-5투자이민은 외국자본을 유치해 미국 경제활동 촉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만들어졌으며, 외국인 투자자가 일정금액을 투자해10명 이상의 풀타임 일자리를 창출하면 임시영주권을 거쳐 4년안에 정식영주권을 얻을 수 있는 제도다.
조지아주는 159개의 카운티 중에서 47개의 카운티가 해외에서 투자이민을 허가하고 있다.
특히 인구2만명 이하의 농촌이나 전국평균 실업률의 150% 이상인 고실업 지역에 호스피스 투자이민(EB5) 프로그램을 적용해 지역발전과 주민의 삶, 의료 서비스를 높일 계획이다.
이미 조지아주 리버데일(Riverdale)에 소망병원이 운영중이며 카터스빌(Cartersville)에는 한국의사가 투자한 호스피스가 설립됐다. 또한 코델(Cordele)과 호킨스빌(Hawkinsville)는 EB5가 가능한 지역으로 현재 호스피스 시설을 건립하고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이 원장은 “미국땅에 한국의사가 설립한 ‘제중원’을 만들어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싶다”고 밝혔다.
제중원은 조선말기 1885년 2월29일 미국 선교의사인 호러스 알렌의 건의를 받아들여 서울 재동에 설립한 한국 최초의 근대식 병원인 ‘광혜원’의 변경된 이름이다. ‘광혜원’은 같은해 3월 12일 ‘제중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 원장은 “이제는 한국의 의료기술도 발전했고 한국 자본이 미국 의료계에 투자되는 자부심과 긍지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조지아내 159개 카운티마다 1개씩의 호스피스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또한 이 원장은 호스피스에 입주한 환자들의 고통을 완화시키기 위해 침, 뜸 등의 동양의학을 적용해 그들이 생의 마지막을 온전한 정신으로 가족과 친지들과 정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원장은 “침과 뜸은 암 통증에는 최고다. 처음엔 나도 침뜸의 효능을 믿지 않았지만 직접 경험을 해 본 뒤 그 효능을 인정하게 되면서 침뜸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한국에서 구당 김남수 선생을 조지아에 초청해 한국고유의 침과 뜸의 인식을 높이고 효능을 알리는데 여념이 없다.
구당 김남수 선생은 70년동안 침뜸을 시술하며 소설가 조정래, 영화배우 장진영 등 유명인사들을 침뜸으로 치료하는 등 한국에서 명성을 얻은 인물이다.
지난해 리버데일 소망병원에서 이 원장과 구당 김남수 선생은 토미 어빙(Tommy Irvin) 조지아주 농림부장관 등 조지아 정,관계의 고위인사와 말기 암환자들에게 침뜸을 시술하며 한국의 의료기술을 알린바 있다.
이 원장은 “처음에는 미국인들이 침뜸에 대해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침뜸의 효과를 본 미국 20대 여성환자들은 ‘타투도 하는데 침과 뜸이 무슨 문제냐’며 자연스럽게 침뜸을 받아들이고 있다”며 고 전했다.
또한 침과 쑥으로만 시술되는 이 시술은 현대의학에서 불치병으로 판정한 환자에게 통증해소를 위해 몰핀 사용량을 줄여 맑은 정신으로 가족들과 마지막 정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
이 원장은 “한국고유의 침뜸으로 미국사회에 침뜸클리닉을 설립하고, 미국의사들을 교육해 암환자뿐만 아니라 모든 환자들, 그리고 미국사회에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또 “의료보험이 없는 한인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서 돕고 싶다”고 전했다.
소망병원에서는 미동부 첫 한인종합병원으로서 에모리존스크릭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 목포한국병원과 협력하며 한인들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힘쓰고 있다.
소망병원은 또한 ‘뉴호프캐어(New Hope Care)’ 회원제도를 만들어 월회비 $60로 온가족 무료검진(여성에게는 자궁암 검진, 남성에게는 전립선암 검진)과 다양한 의료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500가구(4인 기준)가 가입해 있는 이 회원제도는 진료비를 최고 70%까지 낮춰 싼 의료비용으로 한인들이 건강한 삶을 누리도록 돕고자하는 이원장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 원장은 개인적으로 음악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소망병원 옥상에서 환자들을 위한 바이올린 연주회를 열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도 밝혔다.
이 원장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고등학생때 김영욱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에 반해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싶어 토론토 음악학교에 진학하려고 오디션을 보기도 했다.
하지만 바이올리니스트는 그의 운명이 아니었던 걸까. 그는 긴장한 나머지 튜닝도 하지 않은 채 연주를 시작해, 결국 오디션에서 고배를 마셨고 의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의대 진학 공부를 시작하게 된다.
당시 이원장의 아버지가 한국의 카톨릭 의과대학에 교수로 임명되어 온가족이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역이민을 하게 됐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원장은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 새벽부터 개인교습을 받으며 대입공부에 열중했다. 캐나다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원장은 대입공부를 하면서 한국역사와 국어가 가장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이 원장은 연세대 의과대학에 입학한 뒤 조범구(현 연세대 심장혈관병원 의사)담임 아래서 소아, 선천성질환, 해부 병리학 등을 공부했다. 이후 예일 의대에서 내과 레지던트를 수료한뒤 17년전 이곳 애틀랜타로 오게 됐다.
단순한 인기몰이인 한류를 넘어서 미국주류사회에 한인을 알리고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 원장은 “뜻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밤새 일하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며, 이를 이해해주고 적극 도와준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 원장은 “환자들이 진료를 마치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할때 그 감동과 보람은 돈의 액수로 평가할 수 없을 만큼 크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시상식 취재와 기자회견에는 본지 기자뿐만 아니라 한국 메지저신문 기자도 참석해 이 원장의 미국활동에 대해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김선엽 윤여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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