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해협 통제권 굳히기 기도…미국 “이란과 통항 협의도 금지” 발표하며 맞서
▶ 양측 주도권 다툼, ‘제한적 공습 주고받기’ 등 소규모 군사충돌로 이어지기도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핵심 의제인 핵 문제와 더불어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를 놓고 양측이 날카롭게 대립 중이다.
미국은 천연 수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전쟁 이전처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쟁 시작 후 해협을 사실상 봉쇄해 전례 없는 강력한 지렛대를 새로 확보한 이란은 선박 통행료를 받겠다는 입장을 거듭 피력하며 통제권을 유지하려는 의지를 보인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미군의 이란 해상봉쇄가 강력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종전 협상 결렬 시 군사 개입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30일(현지시간) 밝혔다.
그는 이날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후 기자회견에서 "호르무즈 해협은 개방된 해협이 될 것이다. 전 세계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통행료 없는 해협이 될 것"이라며 "그것이 원래 그래야 하는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7일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최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 관리 명목으로 신설한 페르시아만해협청(PGSA)과 이 기관에 협력하는 모든 개인 또는 단체를 특별 제재 대상에 올렸다.
또 미 재무부는 미국인이 통행료 지불 여부와 상관없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목적으로 이란과 합의하는 행위 일체를 금지한다고 전날 성명을 통해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전날 종전 협상 최종 결정을 위한 백악관 상황실 회의를 한다고 밝히면서 최우선 합의 조건 중 하나로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개방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을 앞둔 종전 양해각서(MOU) 초안에는 호르무즈 해협 완전 개방을 비롯해 휴전 60일 연장, 연장된 휴전 기간에 이란 비핵화 합의 도출 등의 내용이 담겼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한 바 있다.
MOU 초안에는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량을 30일 이내에 전쟁 전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이 해협 통항 문제를 두고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하고 있어 종전 MOU가 체결되더라도 통행량을 어떻게 복귀할지 등을 두고 갈등을 겪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굳히려는 이란은 페르시아만해협청을 통해 선박당 최고 200만달러(약 30억원)에 달하는 해협 통행료 징수를 추진하고 있다.
우방국이나 관계가 양호한 나라의 선박의 경우 통행료 없이 '협의'를 거쳐 선별적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승인하기도 한다.
실제로 전쟁 개전 당시 페르시아만 내부에 갇혀 있던 비(非)이란 국적 대형 유조선 중 약 4분의 1이 이란과의 소통을 거쳐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갔다.
이란은 전후 재건에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만큼 당초 협상 과정에서 '전쟁 배상금'을 요구했는데, 미국이 수용하기 어려운 전쟁 배상금을 더 요구하기보다는 이제 통행료 확보를 통한 해협 통제권 유지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막판 진통을 겪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양측의 기 싸움과 함께 소규모 군사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미군은 지난 27일 미군 병력과 호르무즈 해협 상선 항행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한 이란 내 군사 시설 한 곳을 겨냥해 공습했으며, 미군에 유사한 위협을 가한 이란 공격용 드론 4대를 격추했다.
앞서 지난 25일에도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미군에 의한 소규모 대이란 공습이 있었다.
당시 미 중부사령부는 "자위권 행사"를 주장하며 호르무즈 해협 인근 이란 남부 지역 일부 목표물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기뢰 부설을 시도하는 이란 선박과 미사일 발사대를 겨냥한 공격이었다고 미군은 발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