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제재 카드 꺼내 들며 막판까지 압박
▶ 이란은 ‘사실상 종전 상태로 규정’ 입장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사실상 합의 단계에 진입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승인만 남겨뒀다. 미국은 협상 타결을 앞두고도 군사적 압박과 제재 카드를 꺼내 들며 막판까지 유리한 조건을 놓고 이란을 압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미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휴전 연장과 호르무즈해협 재개방, 후속 핵 협상 개시를 위한 합의에 근접했다. 합의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MOU) 안은 미국과 이란을 넘어 주요 동맹국들에도 회람되며 외교적 조율 단계에 들어갔다고 이들 매체는 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대표단으로부터 MOU 안을 보고받은 뒤 즉각 서명하지 않고 추가 검토를 지시했다고 미국 온라인매체 액시오스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당국자들에게 "며칠 동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단 차원의 조율은 대부분 마무리됐지만 정치적 최종 결정은 보류된 것으로 풀이된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모든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달렸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민에게 나쁜 합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NYT에 따르면 MOU 안에는 양국 간 불가침 원칙과 함께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의 핵심 항로인 호르무즈해협 정상화 방안이 포함됐다. 또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지 않고, 고농축 우라늄(HEU) 처리 방안과 농축 문제를 향후 협상에서 논의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번 MOU에는 전후 이란 경제 재건을 위한 국제 투자기금 조성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 초기 이란은 미국의 군사 작전에 따른 피해 보상 명목으로 3,000억~1조 달러 규모의 배상을 요구했다.
다만 양국은 호르무즈해협 개방 시기 등 세부 내용을 놓고 막판 수싸움을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측은 합의 체결 즉시 이란은 해협을 재개방하는 반면, 미군의 대이란 해상봉쇄는 일정 기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란의 해협 내 기뢰 제거와 선박 통행 정상화에 따라 봉쇄를 단계적으로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이란 측은 미국의 해상 봉쇄가 30일 이내에 해제되고, 협상 기간에 호르무즈해협을 완전히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핵심 의제인 '휴전의 성격'을 놓고도 양측의 해석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 측이 이해하는 MOU 안은 우선 60일 동안 적대 행위를 중단하고, 이 기간 동안 핵 문제와 제재 완화 등 본협상을 진행하는 구조다. 필요할 경우 휴전 연장도 가능하지만, 전체 틀은 어디까지나 협상 진입을 위한 '조건부 임시 휴전' 성격이 강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통해 군사적 긴장을 일시적으로 낮추되, 최종 핵 합의가 도출되기 전까지는 이란에 대한 압박 수단을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반면 이란 측은 단순한 군사적 휴전이 아닌, 협상 기간 전체를 사실상의 종전 상태로 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종전안 합의 타결을 눈앞에 앞두고도 이란을 압박하며 최대한 유리한 내용을 얻어내려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미국의 레드라인(금지선)으로 ①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양도 ②핵무기 추구 금지 ③호르무즈해협에서의 자유로운 항행 보장을 제시했다. 그는 이란이 이 조건들에 동의하기 전까지는 대이란 제재 해제를 논의하지 않겠다고 재차 못박았다. 미군과 이란군은 서로 공습과 미사일 공격을 주고 받는 등 군사 충돌도 벌이고 있다.
가디언은 MOU 최종 승인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는 것과 관련해 11월 미 중간선거 전 유가 위기의 조기 해소 필요성과 공화당 내 강경파의 '졸속 협상' 반발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처했기 때문이라고 이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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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박지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