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만난 김홍관 폐식도외과 교수가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폐암은 흡연자의 병으로 통한다. 하지만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에게서 발견되는 폐암도 적지 않고, 오히려 이들이 흡연자보다 진단이 늦는 사례가 많다. 31일 ‘세계 금연의 날’을 앞두고 19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만난 김홍관 폐식도외과 교수는 “비흡연 환자는 스스로 위험군이라 생각하지 않아 증상이 나타난 후 뒤늦게 진단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폐암은 국내 암 사망 원인 1위지만, 치료 환경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 4기 폐암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은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 같은 신약이 등장하면서 2~3년 이상 생존하는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에는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재발을 방지하는 것은 물론 전체 생존기간까지 늘리기도 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폐암을 진료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안타깝습니까.
“폐암은 위험한 병이지만, 일찍 진단되면 충분히 완치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이후 발견되는 환자가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초기에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고, 대표 증상인 마른기침도 기관지염이나 천식, 알레르기 등으로 여기기 쉽습니다. 기본적으로 많이 하는 엑스레이(X선) 검사는 병변이 어느 정도 커져야 식별이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어요. 작은 병변을 잡으려면 흉부 CT(컴퓨터단층촬영)를 찍어야 하는데, 국가폐암검진은 30갑년 이상 54~74세 흡연자 같은 고위험군이 대상입니다.”
-제도적으로 폐암 검진이 흡연자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의미입니까.
“맞습니다. 임상 현장에서는 비흡연 폐암 검진 또한 중요하다는 점을 충분히 체감하고 있습니다. 비흡연 환자 진료를 하다 보면 ‘조금만 더 일찍 CT 검사를 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환자들도 있어요. 다만 이를 국가 단위 사업으로 확대해 전 국민에게 적용하는 것은 비용효과성을 포함해 다른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흡연 폐암 환자들만의 특징이 있습니까.
“흡연자는 폐암 가능성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고 국가검진 대상이기도 해서 비교적 조기에 발견될 여지가 있습니다. 반면 비흡연 환자는 스스로 위험군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증상이 나타난 후 뒤늦게 진단되는 사례가 적지 않은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또 비흡연 폐암에서는 특정 유전자(EGFR) 변이가 흔히 나타나는데, 서구권에서는 20~30% 수준이지만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는 50~60%까지 확인됩니다.”
-일찍 폐암을 발견해 수술해도 재발 우려가 적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재발률은 병기마다 다른데 1기는 약 20%, 2기는 약 40%, 3기는 약 60%까지 5년 이내에 재발할 수 있습니다. 폐암은 다른 암종에 비해 재발 위험이 높은 편입니다. 따라서 수술 후에도 최소 5년간은 주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합니다. 1기는 수술 후 3년까지 6개월 간격으로 CT를 찍고 이후 연 1회 정도, 2, 3기는 5년까지 6개월 간격으로 검사를 이어가기도 합니다. 폐암을 한 번 겪은 환자는 새로운 폐암, 이른바 ‘2차 폐암’이 생길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아 5년 이후에도 관찰이 필요합니다.”
-수술 후 보조요법은 어떻게 진행됩니까.
“수술 전 검사에서 2기로 보였더라도 실제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전이가 존재해 재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영상으로 2기였지만 실제로는 4기에 가까웠던 셈입니다. 이런 미세 전이에 대비해 추가 전신요법을 고려하게 되는데, 현재 가이드라인은 수술 후 4주기 정도 세포독성 항암제를 기본 보조요법으로 권하고 있습니다. 다만 세포독성 항암제는 정상 세포에도 영향을 미쳐 탈모 같은 부작용 부담이 큽니다. 이후 EGFR 변이 같은 특정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들이 개발되면서, 현재는 EGFR 변이가 있는 조기 폐암 환자에서 수술 후 표적치료제 사용이 표준치료로 자리 잡았습니다.”
-생존기간을 넘어 삶의 질이나 일상 회복 관점에서도 도움이 됩니까.
“타그리소는 이전 약제들과 달리 뇌혈관장벽을 잘 통과한다는 게 차별점입니다. 뇌에 재발하면 편마비 같은 기능 저하가 남을 수 있고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어, 뇌 재발은 다른 부위보다 임상적으로 무게감이 다릅니다. 뇌 전이를 줄인다는 것은 단순히 재발률을 낮추는 것을 넘어 환자의 삶의 질과 기능 유지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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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