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르츠의 이란전 비판에 트럼프 격분…EU 협상판 악영향 우려
▶ 회원국 이견·유럽의회 비준 등 EU 내부 과제도 산적

지난 3월 초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메르츠 독일 총리(왼쪽)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간 갈등이 유럽연합(EU)의 대미 무역협상 추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EU산 승용차와 트럭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연기하면서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는 메르츠 총리가 미국의 이란 전쟁 수행 방식을 비판한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분노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EU의 '무역합의 미준수'를 이유로 이번 주 EU산 승용차와 트럭에 대한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경고했다.
이후 지난 7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훌륭한" 통화를 했다면서 미국의 건국 및 독립 250주년 기념일인 오는 7월 4일까지 EU가 기존에 체결한 무역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즉, EU산 승용차와 트럭에 대한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인상하는 시한을 2개월가량 늦추면서 무역합의 이행을 압박한 것이다.
독일은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진화에 나섰다.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이 전날 "독일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미국의 목표를 지지한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주독미군을 5천명 이상 철수시키겠다는 위협을 철회하지 않고 있어 양국 간 갈등의 불씨는 여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EU 고위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새로운 시한인 7월 4일 이전에 EU가 무역협정을 마무리하지 못할 경우 미국-EU 관계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메르츠 총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는 원칙적으로 미국-EU 무역협정과 무관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내면에는 모든 것이 연결돼 있으며 중요한 정책을 결정할 때 개인적 감정을 반영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 블룸버그의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한테 '미운털'이 박힌 메르츠 총리를 둘러싼 고심 못지않게 무역합의 각론을 둘러싼 EU 내부의 불협화음도 EU로서는 고민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7월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무역협상 타결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양측은 EU가 7천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와 군사장비를 구매하는 동시에 6천억 달러를 추가로 미국에 투자하는 대신, 미국은 EU에 대한 상호관세를 일괄 15%로 낮추고 자동차 등에 부과했던 품목별 관세도 이와 같은 수준으로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유럽의회는 지난 3월에야 미국과의 무역합의안을 조건부로 승인했고, 아직 회원국의 승인이 모두 마무리되지 않아 양측의 협정이 최종 발효되지 않은 상태다.
유럽의회는 당시 합의안에 유효 기간을 설정하고, 미국이 약속을 완전히 이행할 때까지 효력 발생을 중단하는 조항을 추가하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EU가 원안의 핵심 내용을 수정할 경우 미국의 대유럽 수출에 제한이 생길 수 있다"며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EU 협상단은 오는 19일 다시 모여 쟁점 타결을 시도할 예정이다. 여기서 합의가 이뤄지면 6월 중 각국 정부와 유럽의회의 비준 절차를 밟게 된다.
EU 당국자들은 7월 4일 전까지 메르츠 총리와 EU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가 다시 폭발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