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징모터쇼서 전동화 비전 공개
▶ 미 관세리스크·유럽선 성장세 주춤
▶ 친환경차로 중국 시장서 돌파구 찾아
▶ 내연→전기차 포트폴리오 재편 필수
▶ 5년간 20종 맞춤형 신차 출시 예정
호세 무뇨스 현대차 최고경영자(CEO)가 이달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중국에서, 중국을 위해, 세계로’라는 새로운 중국 전략을 처음 공개했다. 향후 5년간 중국 맞춤형 신차 20종을 출시해 현재 20만 대 수준까지 떨어진 판매량을 2030년 50만 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비전이다.
업계에서는 이 신차 라인업의 핵심이 전기차 등 친환경차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올 6월 중국 맞춤형 전기차 세단(프로젝트명 EA1c) 출시를 목표로 양산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중국 최대 자동차 전람회인 베이징모터쇼의 다음 달 개막을 앞두고 자사의 전동화 비전을 알릴 대대적인 캠페인도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가 중국 포트폴리오를 친환경차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하는 것은 현지 시장에서 내연기관차 수요가 급격히 줄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승용차연석회의에 따르면 올해 중국 시장에서 내연기관차 수요는 905만 대로 전체 내수(2,445만 대)의 37%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만 해도 77%에 달하던 비중이 불과 4년 만에 반토막 날 정도로 시장 재편 속도가 가파르다.
올해 중국 전체 자동차 수요가 전년 대비 0.5%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전기차 수요는 같은 기간 18.1% 늘어나는 등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현지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현대차는 과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여파로 판매 부진에 빠진 데 이어 전기차 전환 흐름에도 뒤처지면서 중국 내 점유율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현대차 중국 법인인 베이징현대의 현지 시장 점유율은 2022년 1.2%에서 지난해 0.5%까지 하락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내연기관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전면 손보지 않으면 중국 시장에서 설 자리가 점점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현대차는 친환경차 비중을 대폭 끌어올리는 것을 중국 반등의 핵심 축으로 삼는 모양새다. 구체적으로 베이징현대는 올해 친환경차 판매 목표를 4만 1500대로 전년 대비 30배 넘게 늘렸다. 반면 내연기관 판매 목표는 9.7% 줄였다. 그 결과 베이징현대 전체 판매에서 친환경차 비중은 지난해 0.6%에서 올해 19.2%로 18.6%포인트 급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에 세계 최대 내수시장과 성장 잠재력을 지닌 중국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점유율을 1%포인트만 끌어올려도 단순 계산으로 연간 25만 대를 추가로 판매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중국이다. 이는 현대차가 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에서 한 해 파는 물량을 모두 합한 것(약 19만대)을 넘어서는 규모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올 1월 한중 비즈니스 포럼 이후 기자들과 만나 “중국에서 판매량과 생산량이 많이 떨어졌지만 겸손한 자세로 생산과 판매를 늘려가겠다”며 중국 시장에 대한 의지를 직접 밝히기도 했다.
비야디(BYD)와 지리자동차를 비롯한 중국 현지 업체가 이미 70%에 달하는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넘어야 할 산이다. 현지 강자들이 이미 내수시장을 장악한 만큼 현대차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중국 내 절대 강자인 BYD조차 지난해 순이익이 4년 만에 처음 뒷걸음질쳤을 만큼 최근 중국 내 전기차 시장은 업체 간 경쟁이 과열된 상황이다. BYD는 최근 증권거래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순익이 326억 위안(7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현지 업체들이 시장 주도권을 잡은 상황”이라면서도 “현대차로서는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점유율을 조금이라도 더 높이는 게 제3국에 투자하는 것보다 효과가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는 중국에서의 반등으로 미국 등 핵심 시장에서의 손실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관세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현대차는 지난해에만 분기당 1조 원가량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등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상태다. 미국 다음가는 시장인 유럽 역시 경제 성장세가 꺾이면서 구매 수요도 줄어드는 추세다. 현대차는 올해 유럽 내 판매 실적이 역성장(-0.1%)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서울경제=김우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