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한국에서도 기름값을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연료 가격은 단순한 소비재 가격이 아니라 생활비와 물류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그 파급력도 크다.
회계학 연구자의 관점에서 보면, 이번 논쟁의 핵심은 단순히 주유소가 폭리를 취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와 주유소가 같은 상황을 서로 다른 기준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데 있다.
소비자들의 불만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국제 유가가 오르자마자 주유소 가격이 곧바로 따라 오르면, 많은 사람들은 “지금 팔고 있는 기름은 예전에 더 낮은 가격에 들여온 것일 텐데 왜 벌써 값을 올리느냐”고 생각하게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직 실제로 늘어나지 않은 비용을 미리 가격에 반영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고, 그래서 가격 인상이 위기 상황을 틈탄 과도한 이윤 추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반면 주유소나 공급자의 생각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들이 보는 것은 지금 저장탱크 안에 있는 기름이 얼마에 들어왔느냐만이 아니다. 앞으로 그 기름을 다 팔고 난 뒤, 다음 물량을 얼마에 다시 들여와야 하는지도 함께 고려할 수밖에 없다.
국제 유가가 급등한 상황에서 현재 가격을 전혀 조정하지 않으면, 이후 영업을 계속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생길 수도 있다.
결국 소비자는 “지금 팔고 있는 기름이 얼마에 들어왔느냐”를 기준으로 보고, 주유소는 “다음 기름을 얼마에 다시 사와야 하느냐”를 기준으로 본다. 바로 이 지점에서 양쪽의 인식이 엇갈린다.
그래서 “폭리”를 막아야 한다는 원칙에는 공감하더라도, 실제로 어디까지를 과도한 가격 인상으로 볼 것인지 판단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럴 때 정책의 초점은 가격 조정 자체를 무조건 비난하는 데 있기보다, 국제 유가 급등이라는 외생적 충격이 소비자에게 너무 빠르고 크게 전가되지 않도록 완충 장치를 마련하는 데 있어야 한다.
특히 가격 자체를 인위적으로 눌러 상승을 억제하는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소비자 부담을 덜 수 있어도, 시장이 보내는 가격 신호를 약화시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보다 현실적인 대안은 정부가 충격의 일부를 한시적으로 흡수하는 방식이다.
유류세를 일시적으로 인하하거나 제한적인 보조를 통해 기업이 감당해야 하는 비용 상승의 폭을 일부 줄여주면, 소비자 가격은 오르더라도 상승 폭은 완화될 수 있고 기업 역시 비용 증가의 일부는 스스로 부담하게 된다.
즉 소비자, 기업, 정부가 비용 충격을 나누어 부담하는 구조다.
물론 이런 제도는 악용 가능성을 동반한다. 따라서 지원은 실제 판매 물량에 연동되어야 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공급을 유지하는 사업자에게만 적용돼야 한다.
또한 정책은 어디까지나 한시적이어야 하며, 국제 유가가 안정되면 자동으로 종료되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위기 대응이 상시적 개입으로 굳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가격을 억지로 고정하는 것이 아니라, 급격한 비용 충격을 사회 전체가 어떻게 나누어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균형 잡힌 설계다.
소비자, 기업, 정부가 각자 일정 부분 책임을 나누는 방식이야말로 시장 기능을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현실적인 부담 완화를 도모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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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미국 애리조나대학교 회계학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