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난해 전국 주택거래 14년만에 최저치 기록

2026-03-17 (화) 12:00:00 박홍용 기자
크게 작게

▶ 유가 변수에 회복 ‘안갯속’
▶ 2023년부터 3년 연속 횡보

▶ 높은 집값에 ‘구매력 하락’
▶ 모기지 금리·경제상황 관건

전국 주택 시장이 좀처럼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고금리와 사상 최고 수준의 집값 부담이 겹치면서 주택 거래가 3년째 바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최근 모기지 금리가 6% 아래로 내려가며 회복 기대감이 고개를 들었지만, 중동 전쟁으로 인한 유가 급등이 다시 금리 상승 압력을 키우며 시장의 불확실성을 확대시키고 있다.

16일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터닷컴의 경제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신규 및 기존 주택을 합친 전체 주택 거래량은 총 474만1,000채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보다 소폭 감소한 수준이자 2011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낮은 거래량이다. 결과적으로 주택 시장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 연속 바닥권에서 횡보하는 ‘L자형’ 침체를 보이고 있다.

지역별로는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북동부와 중서부, 남부 지역에서는 거래가 소폭 늘었지만 서부 지역에서는 약 3% 감소했다. 서부 지역의 부진이 전체 거래량 감소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높은 주택 가격과 금리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캘리포니아 등 서부 시장이 거래 둔화를 주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시장의 특이점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는 사뭇 다르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집값 폭락과 경제 시스템 붕괴라는 외부적 충격이 거래 절벽을 야기했다면, 최근 3년간의 침체는 ‘구매력 저하’가 주된 원인이다. 일자리 시장은 여전히 견조하지만, 주택을 구매할 수 있는 가계의 재정적 여력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고금리로 인해 매달 지불해야 하는 대출 이자 부담은 커진 반면 주택 가격은 오히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리얼터닷컴의 조엘 버너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고용 시장은 2011년보다 훨씬 강력하지만, 구매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 범위를 완전히 벗어난 상태”라고 지적했다. 집값 조정 없이 금리만 높은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잠재적 구매자들은 소득이 오르거나 금리가 대폭 낮아지기만을 기다리며 시장 관망세로 돌아선 것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시장에서는 조심스러운 낙관론이 고개를 들었다. 지난 2월 말 모기지 금리가 3년 만에 처음으로 6% 아래(5.98%)로 떨어지며 봄 성수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찬물을 끼얹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유가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재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물가를 자극하고 이는 결국 금리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모기지 금리는 다시 6% 수준으로 올라섰으며 유가 상승이 이어질 경우 추가 상승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리 하락이 본격화될 경우 대기 수요가 빠르게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높은 금리로 인해 주택 구매를 미뤄온 수요가 상당 규모 누적돼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유가 상승에 따른 금리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주택 거래 부진이 4년째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결국 올해 주택 시장의 향방은 중동발 유가 불안이 단기 해프닝으로 끝날지, 아니면 장기적인 경제 충격으로 이어질지에 달려 있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회복 직전의 불확실성 국면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 경제학자는 “주택 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여전히 금리”라며 “모기지 금리가 의미 있게 하락한다면 그동안 관망하던 수요가 한꺼번에 시장에 유입될 가능성이 높지만, 유가 상승으로 금리가 다시 오르면 거래 침체가 더 길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홍용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