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는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의 '복귀 기준'이 늘 들쭉날쭉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음주운전, 폭행, 도박, 마약, 사기 등 각종 범죄를 저지른 연예인들이 시간이 지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활동을 재개하는 사례는 적지 않다. 심지어 과거 논란과 관련된 콘셉트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사건이 웃음 소재로 소비되는 경우도 있다.
최근 논란이 된 배우 이재룡, 방송인 MC 딩동, 뮤지컬 배우 남경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재룡은 2003년 음주운전 사고를 낸 뒤 음주 측정을 거부해 면허가 취소됐고, 2019년에는 음주 상태로 볼링장 입간판을 파손시켜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 유예 처분을 받았다.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간)에는 술을 마신 채 차량을 몰다 중앙분리대를 잇달아 들이받고 도주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그러자 지난달 23일 배우 안재욱과 함께 출연한 웹 예능 '짠한형 신동엽'에 불똥이 튀었다.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토크쇼 콘셉트인 만큼,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두 사람을 섭외한 것이 적절했느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MC 딩동도 2022년 만취 상태로 운전을 하다 경찰차를 들이받고 도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MC 딩동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활동을 이어오던 그는 최근 인터넷 생방송 도중 여성 BJ의 머리채를 잡고 폭행해 또다시 물의를 빚었다. MC 딩동은 "이번 일의 무게를 가볍게 생각하지 않고 있으며, 필요한 부분에 대해 끝까지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사과했지만, 피해 여성 BJ는 심적 고통을 호소하며 그를 폭행 혐의로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폭행 혐의로 최근 검찰에 넘겨진 남경주도 역시 과거 음주운전 전력이 있다. 2002년과 2003년 두 차례 음주운전과 2004년 무면허 운전으로 적발됐으나, 지난해까지 뮤지컬 배우로 활동을 이어왔다.
사건의 성격과 시기, 그리고 여론의 흐름에 따라 연예인의 활동 여부는 제각각 달라진다. 명확한 기준이나 제도가 없다 보니, 그때그때의 분위기와 필요에 따라 판단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여론의 눈치를 보다가도 "쓸 수 있다", "필요하다"는 방송국이나 제작자의 판단이 서면, 다시 복귀하는 일이 반복되는 구조다. 결국 연예계의 복귀 기준은 '잘못의 무게'가 아니라 '쓸모'에 따라 달라지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그룹 룰라 출신 고영욱의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지난 12일 MC 딩동의 폭행 관련 기사를 SNS에 공유하며 "이런 저급한 놈도 버젓이 사회 활동을 하는데... 이 사회의 기준은 뭘까?"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한 이재룡이 '짠한형 신동엽'에 출연한 장면을 SNS에 올리며 "이렇게 관대하면서 나한테만..."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2012년 성범죄로 물의를 빚은 뒤 여전히 방송 활동이 어려운 자신의 처지와 비교하며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보인다. 고영욱은 2013년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했고, 2015년 만기 출소했다. 범죄의 무게를 고려하면 사실상 연예계 퇴출에 가까운 상황이다. 피해자와 사회가 느끼는 불편함도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그의 질문이 완전히 틀렸다고만 하기도 쉽지 않다. 물론 범죄의 성격과 피해의 정도는 모두 다르다. 특히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사회적으로 훨씬 엄격한 기준이 적용될 수밖에 없다. 고영욱이 자신의 처지를 다른 사례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동시에 연예계가 사건마다 다른 잣대를 적용하며 '여론의 온도'에 따라 복귀 여부가 좌우되는 듯한 모습 역시 부정하기 어렵다. 명확한 기준이나 제도보다는 분위기와 화제성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는 구조라면, 그 역시 건강한 시스템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고영욱의 말에 선뜻 공감하기 어렵다고 할지라도, 그가 던진 질문만큼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연예계에서 '복귀의 기준'은 과연 무엇이며, 누가 어떤 원칙으로 결정하고 있는가. 필요하면 부르고, 부담되면 거리를 둔다. 명확한 원칙 대신 이런 '선택적 기준'이 작동하는 한, 비슷한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스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