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습 이후 운행 재개된 첫 직항 민항기로 372명 무사 귀국
▶ “공항 가는 택시 뒤에서도 ‘펑펑’ 소리…죽기 살기로 왔다”

6일 두바이에서 에미레이트 항공 EK322편을 타고 인천에 도착한 이경남(66)씨가 딸을 끌어안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촬영 최윤선]
"정말 죽는 줄 알았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관광차 갔던 이경남(66)씨는 6일(이하 한국시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만난 딸을 끌어안고 "아예 포기한 상태였는데, 귀국하게 돼서 너무 안도감이 든다"며 눈물을 훔쳤다.
이씨는 지난달 28일 두바이몰에서 분수 쇼를 구경하던 중 머리 위로 미사일이 날아가는 광경을 봤다. 이씨는 "잔해가 떨어진 것을 처음엔 폭죽인 줄 알고 좋아했는데 미사일 '쾅' 소리가 나더라"고 했다.
그는 "호텔 밖으로 나가지 못해서 사람들이 로비에서 생활하며 좋은 소식을 기다렸다. 그러다가 비행기 직항 뜬다는 소식에 급하게 공항으로 향했다. 고립돼서 전쟁 미아가 되는 줄 알았는데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씨를 비롯한 우리 국민 372명이 탑승한 에미레이트 항공 EK322편은 이날 오후 8시 25분께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했다. EK322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처음으로 운항이 재개된 UAE 직항편이었다.
귀국한 이들은 두바이에서 전쟁의 여파를 목격하고 불안감에 떨었다고 말했다.
두바이로 가족 여행을 갔던 박채영(27)씨는 "새벽에 드론 요격 소리, 폭격 소리가 '팡팡팡' 나는 게 무서웠고 유리창도 흔들렸다"며 긴급재난문자를 받은 휴대전화를 들어 보였다.
가족과 함께 돌아온 유세이(18), 유세라(15)양도 요트 투어를 하다가 두바이의 인공섬 팜 주메이라 쪽으로 미사일 파편 추정 물체가 떨어지고 연기가 나는 걸 목격했다며 "많이 놀랐다"고 했다.
현지 상황이 급변하는 만큼 직항 비행기표를 끊고 나서도 한국으로 귀국할 수 있다는 걸 확신하기 어려웠다고도 했다.
유은상(53)씨는 "그동안 직항이 없어 경유편을 계속 알아봤고, 타이베이와 하노이 경유편까지 끊어놨는데 갑자기 직항표가 떠서 밤 10시에 표를 끊었다"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두바이에 여행을 위해 갔었다는 김해옥(63)씨도 "두바이 공항으로 택시 타고 가는 동안에도 뒤에서 펑펑 소리가 나서 죽기 살기로 하다시피 왔다"며 "정말 죽다 살아났다"고 말했다.
그는 "며칠 동안 불안해서 살았다고 볼 수가 없다. 식구들도 불안해서 잠을 못 잤다"며 "비행기가 착륙하고서 안에서 너무너무 행복해서 대한민국 사람끼리 박수치고 난리가 났었다"고 했다.
이날 입국장으로 유세이양과 유세라양이 무사히 들어오자 기다리던 이들의 할머니는 "진짜 피 말리는 시간이었다"며 손녀들을 끌어안았다.
한국으로 무사히 도착한 이들은 다시 일상을 되찾을 생각이라고 했다.
유세이양은 "친구들과 선생님이 걱정을 많이 해서 먼저 연락을 돌리고 싶고, 안정된 곳에서 가족들과 같이 쉬고 싶다"고 말했다. 유세라양은 "반려동물도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두바이로 가족여행을 갔었다는 이충선(54)씨는 "원래 지난 1일 귀국하려 해서 약을 열흘 치만 가져가 5일 동안 못 먹었다"며 "너무 힘들다. (집에 가서) 술 한 잔 먹고 자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 귀국하지 못한 가족들을 기다린다는 이도 있었다. 박채영씨는 "가족들과 여행을 갔던 건데 혼자 표를 구해서 먼저 귀국했다"며 다른 가족들이 항공편을 구해서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