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공습과 기대’는 전략이 아니다

2026-03-04 (수) 12:00:00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 CNN ‘GPS’ 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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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시간7분 동안 이어진 국정연설에서 이란에 관해 단 3분간 언급했다. 이란과 일전불사의 벼랑끝 대치를 벌이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대단히 우려스런 일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라크전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력을 이 지역에 집결시켰다. 두 개의 항공모함 타격전단과 최소한 150대의 항공기를 인근에 배치했다. 현재 이 지역에는 최고 4만 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하지만 성공적인 군사작전의 핵심, 즉 전략적 목표가 무엇인가는 여전히 불투명하고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은 상태다.

국정연설에서 트럼프는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겠다”는 은밀한 약속을 하는 것이 기본적인 목표인 듯한 발언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란은 지난 수십년간 이 약속을 반복해왔다. 지난 2003년, 이란 최고 지도자는 자체 핵무기 보유에 반대하는 칙령을 발표했고, 이후에도 여러 차례에 걸쳐 이를 재확인했다. 이러한 입장은 오바마 행정부와 이란 정부가 합의한 핵 협정의 첫 단락에도 명시되어 있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이 단지 핵 보유국이 되지 않겠다는 이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것이라면 이번 위기는 신속하게 종결될 것이다.

사실 트럼프는 그 이상의 것을 원한다. 하지만 그게 무얼까? 행정부 내 일부 인사들은 이란 핵 농축 프로그램 말살을 원한다고 말한다. 지난해 6월, 미국이 B-2 폭격기를 동원해 이란을 폭격했을 때, 대통령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초토화했다”고 소리높여 선언했다. 그가 착각을 했던 것인가? 아니면 우리를 오도했나? 이도저도 아니라면 이란이 엄격한 제재와 금지 조치 속에서 불과 몇 달만에 첫 번째보다 더욱 광범위한 두 번째 대규모 폭격이 필요할 정도로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재건했다는 것인가? 이런 주장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와 이란의 대화는 주로 핵 문제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미 행정부는 이란에 대한 레드라인을 수시로 바꾸었다. 때로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허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실 핵 비확산체제에서 모든 국가는 이같은 권리를 갖는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견해다. 때때로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비롯한 행정부 고위 관리들은 어떠한 농축도 용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루비오 장관은 이란이 탄도 미사일에 관한 논의를 거부하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건 엄연히 별개의 사안이다.) 그런가 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관리들은 이란이 헤즈볼라와 하마스에 대한 지원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몇 달 동안 이란의 정권 교체가 목표인 듯한 발언을 했다. 도대체 이란에 대한 현 행정부의 실제 목표는 무엇인가?

이란의 핵 능력 제한은 하나의 목표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적했듯 지난 6월의 공습으로 상당 부분 달성됐다. 헤즈볼라와 하마스의 군사력은 이스라엘의 위력적인 공격 덕분에 껍데기만 남은 상태다. 이란 군부 역시 대다수의 지도자들이 공습으로 사망하면서 크게 약화됐다. 그렇다면 미국의 진정한 목표는 정권교체일까? 만약 그렇다면 공습만으로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란 지극히 어려울 것이다.

지상군의 직접적인 개입 없이 외국의 정권이 무너진 사례는 필자의 기억에는 단 한건도 없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아랍에미리트의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니얀 대통령과 같은 이란의 오랜 앙숙이 무분별한 군사력 사용이 통제불능 상태로 이어져 중동 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며 워싱턴측에 신중한 접근을 권고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이 이란 최고 지도자들 포함한 고위 관리들을 대량으로 제거하는 파괴적인 공습을 감행한다 하더라도,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결과는 이란 군부의 사회 장악력 강화다. 전시에는 군인이 통치한다. 성직자들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성직자와 군부가 혼합된 현재의 이란 정권이 보다 전통적인 군부 주도의 정부로 교체될 수도 있다.

이는 자유민주주의로 가는 길이 아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가 이란의 민주화라면 이를 명확히 밝히고,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반대 세력을 키우고, 지도자들을 발굴해 지원해야 한다. 폭탄만 떨어뜨리고 원하는 결과를 바라는 것은 전략이 아니다.

전쟁이론의 거장 칼 폰 클라우제비츠는 군사력은 명확한 정치적 목표에 따라 운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명확한 목표 없이 전쟁을 벌이면 결과가 우연에 좌우되는 무의미한 폭력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의 정책 결정자들은 잠시 멈춰 서서 그들이 추구하는 정확한 최종 목표는 무엇이며, 군사 행동은 어떻게 그 목표를 달성할 것인가라는 간단한 질문에 답해야 한다. “약화”, “억제”, “행동 변화”와 같은 모호한 목표는 임무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

만약 목표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는 것이라면 현장 사찰 조항을 명시한 핵 협정이 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기한 핵 합의의 핵심 내용이 바로 이것이다.) 만약 정권교체가 목표라면 워싱턴은 전쟁 후 정치적 책임을 수용하는 전방위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에 미치지 못하는 전략은 미군과 수 백만 명의 미래를 걸고 하는 도박과 같다.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 CNN ‘GPS’ 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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