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하메네이 사망] 사망 14시간만에 美규탄한 中…정상회담 앞 수위 고심한듯

2026-03-01 (일) 09:5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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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영매체 동원 사실관계 전달하다 뒤늦게 외교수장 美겨냥 메시지

▶ 군사행동 중단·대화 복귀·전쟁 확산 우려 등 원칙적 입장 강조

[하메네이 사망] 사망 14시간만에 美규탄한 中…정상회담 앞 수위 고심한듯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강타한 이란 미사일 [로이터]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사망한 뒤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던 중국이 사망 발표 약 14시간 만에 다소 뒤늦게 공식 입장을 내놓는 등 여전히 상황 대응에 고심하는 모양새다.

하메네이 사망 소식은 1일 새벽(현지시간) 전해졌으나, 중국 당국은 이날 오후까지 별도 논평을 내지 않은 채 관영매체를 통해 외신 보도를 중심으로 사실관계를 전하는 데 주력했다.

미국을 겨냥한 고강도 비판도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이날 저녁 중국은 "주권 국가 지도자를 살해하고 정권 교체를 선동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며 비교적 강한 메시지를 내놨다.

중국의 입장은 오후 6시 44분 외교 수장인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공개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NBC뉴스 인터뷰에서 하메네이 사망설에 대해 "우리는 그것이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지 14시간 만이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주임은 통화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미국 간 협상 과정에서 이란을 공격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는 국제법과 국제관계의 기본 준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즉각적인 군사행동 중단, 대화·협상 복귀, 일방주의 행위 반대 등을 중국 입장으로 제시하며 "전쟁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원칙적인 면을 강조했다.

앞서 중국 외교부도 오후 6시 37분께 홈페이지에 게시한 문답 형식의 입장문에서 "이란 최고 지도자를 공격·살해한 것은 이란의 주권과 안보를 심각하게 침해한 행위"라며 "중국은 단호히 반대하고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입장문에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는 등 '수위 조절'에 신경 쓰는 분위기였다.


라브로프 장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이 중동 안정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즉각적인 전쟁 중단을 촉구하며 중국과 보조를 맞췄다.

다만 중국의 이번 입장 표명은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사망 소식 이후 한동안 관망 기류를 보이던 것과는 다소 온도 차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사망 이후 14시간 동안 발표할 입장 수위를 놓고 내부적으로 상당히 고심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중국은 이란의 주권, 안보, 영토 보전을 강조한 푸충 주유엔 대사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발언을 전면에 소개하는 데 그쳤고, 미국을 직접 겨냥하는 표현은 자제했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도 이날 오후 "이란 정권의 붕괴는 중동의 정치 지형은 물론 중국의 이익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그러나 중국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비교적 담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초기에는 수위를 조절하다가 러시아와의 통화를 계기로 공식 메시지를 낸 배경에는 중동 에너지 이해관계와 미중 관계 관리라는 복합적 고려가 작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중동 정세 급변은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다.

또 내달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점을 고려해 사안을 즉각적으로 정면충돌 구도로 몰고 가지 않으려는 계산도 깔렸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중국은 일정 시간 상황을 관망한 뒤 '주권 존중'과 '군사행동 중단'이라는 원칙적 틀 안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대만은 일찌감치 분명한 외교적 메시지를 내놨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념이 유사한 국가 및 글로벌 파트너들과 긴밀히 연락과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동 긴장 고조에 대비해 에너지·원자재 가격 변동이 대만 경제와 금융, 민생 안정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선제 대응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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