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평선] 여성이 잘 쓰는 게 어때서

2026-02-26 (목) 12:00:00 최문선 / 한국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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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류(女流)는 ‘어떤 전문적인 일에 능숙한 여자를 이르는 말’이다(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대표 용례는 여류 작가. 읽고 쓰는 사람이 으레 남성이어서 여성인 작가가 특이한 존재이던 시절의 말이다. “여류 작가는 멸칭이다. 남자 작가에겐 남류 작가라고 안 하지 않나”라고 김영하 작가가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에서 말한 게 2017년이다.

■ 10년이 지난 지금 ‘여류’란 말은 문학판에서 멸종했다. 전통과 권위의 ‘이상문학상’ 올해 수상자는 대상과 우수상까지 6명이 모두 여성. 1977년 상 제정 이래 처음이다. 10년 차 이하 작가들이 받는 ‘젊은작가상’ 수상자 7명도 2년 연속 전부 여성이다. 지난해 교보문고 한국소설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자. 1~20위 중 18개 작품을 여성이 썼다. 나혜석이 근대 최초 여성소설 ‘경희’에서 “경희도 사람”이라고 열렬히 말해야 했던 게 1918년. 그사이 세상이 확 바뀌었다.

■ 왜일까. 여성과 남성은 취향과 관심사가 다를 뿐, 어느 성별이 더 잘 쓰고 못 쓰고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여성 작가들이 문단 중심에 진입한 건 1990년대. 이후 여성 이야기를 쓰는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워졌다. 여성을 대상화하는 이른바 ‘젖가슴 문학’, 서사에서 여성을 배제하는 ‘가부장 문학’이 지긋지긋했던 여성들에게 선택지가 생겼다. ‘70.8%.’ 지난해 교보문고 한국소설 여성 구매자 비율이다. 여성은 점점 더 많이 읽어왔고, 여성이 좋아하고 공감하는 이야기를 쓰는 여성 작가의 공간이 그만큼 넓어졌다.

■ 성별 편중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양성이 부족하다느니, 남성 작가가 낄 자리가 없다느니. 이상문학상 수상자가 전원 남성일 땐 하지 않은 걱정이다. 문학의 다양성은 오랜 기간 부족하다가 채워지는 과정이고, 남성 작가를 특별대우할 수도 없다. 문학을 왜 성별에 가두나. 여성 작가의 약진은 ‘문제’가 아니라 ‘현상’이다. 누구든 원하는 사람이 더 열심히 읽고 쓰면 될 일이다.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 122명 중 여성은 18명. 읽고 쓰는 여성들이 갈 길은 아직 멀기만 하다.

<최문선 / 한국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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