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로터리] 명실상부의 무게

2026-02-19 (목) 12:00:00 이명구 관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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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한 말 조조는 신하 왕수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를 극찬하며 ‘명실상부(名實相符)’라는 말을 남겼다. “몸과 덕을 깨끗이 해 세상의 미담이 됐고 충성과 능력으로 업적을 이뤘으니 세상에 알려진 이름(名)과 실상(實)이 서로 꼭 들어맞는다”는 찬사였다.

이름은 존재를 지칭하는 기호를 넘어 그 존재가 지향하는 본질과 스스로 증명해야 할 책임의 크기를 담아낸다. 1월 22일 ‘관세국경인재개발원’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출발한 관세청 교육기관의 현판을 바라보며 필자가 느낀 감회 역시 그 이름의 무게와 깊이 맞닿아 있다.

관세청은 지금 정체성의 전환점에 서 있다. 지능화되는 초국가 범죄와 급변하는 통상 환경 속에서 관세청은 더 이상 ‘세(稅)를 징수하는 기관’에만 머물 수 없다. 국경 단계에서 국민 안전과 국익을 지키는 ‘관(關) 수호 기관’으로서의 기능과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할 시점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관세청은 ‘AI로 공정 성장을 선도하는 관세청’이라는 비전을 수립했다. 세상을 혁신하고 있는 기술을 활용해 국경 수호와 무역 원활화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것이 요지다.

하지만 비전을 구현하는 출발점은 결국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다. 아무리 정교한 제도와 첨단 시스템이 갖춰져도 최종적으로 공익적 판단을 내리는 주체는 인재이기 때문이다.

관세 행정이 국경 안보와 직결되는 영역으로 확장되는 만큼 그 위상에 걸맞은 전문성과 책임감을 갖춘 파수꾼을 체계적으로 길러내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올해 관세국경인재개발원은 현장 중심의 전문 인재 양성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관세 국경 최전선에서는 복합적인 상황을 찰나에 읽어내고 대응하는 판단력이 요구된다. 이에 따라 신규자부터 재직자까지 교육과정 전반을 실전형으로 재편했다. 특히 마약 및 불법 외환거래 등 초국가 범죄 척결을 위한 집중 육성 프로그램을 도입해 디지털포렌식 전문가를 포함해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수사·조사 전문가를 양성해나갈 계획이다.

직무 전문성에 AI 역량을 결합한 ‘통합형 인재’ 양성 또한 핵심 과제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고위험 화물을 선별하는 것은 AI의 몫이지만 그 분석을 최선의 방향으로 적용하는 것은 사람의 영역이다.

따라서 신규자부터 관리자까지 맞춤형 AI 교육을 통해 디지털 활용 능력을 높이는 한편 기술을 공익의 관점에서 운용하는 윤리 의식과 책임감을 함께 길러 ‘AI 융합형 조직’으로의 전환을 완성해 나가고자 한다.

이러한 인재와 기술의 결합은 ‘4G 관세 행정’을 통해 국민의 삶에 닿을 것이다. AI를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Growing), 기업의 어려움에 먼저 찾아가며(Going),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로 신뢰를 쌓아 빛나고(Glowing),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지키는(Guarding) 관세청의 모습이 그것이다. 이 네 가지 방향은 인재와 AI를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전략이며 그 성과는 관세청이라는 이름의 무게를 실천으로 증명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얼마 전 신규 공무원들과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는 귀한 시간을 가졌다. 관세 행정의 미래를 묻는 젊은 파수꾼들의 반짝이는 눈 속에 대한민국 관세 국경의 밝은 내일이 있었다.

관세청은 인재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와 AI 대전환을 통해 국민의 일상을 지키는 든든한 파수꾼을 차분히 길러낼 것이다.

<이명구 관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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