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통상압박 이번엔 석탄
▶ 2017년 수입량 509만톤으로 급증
▶ 지난해 372만톤… 취임 전으로 회귀
▶ 발전 5사 공기업이라 조절여력 있어
▶ 이정부 에너지 정책 변수될라 우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콕 집어 “미국산 석탄을 더 구입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주장하면서 우리 정부도 후속 대응책을 고민하고 있다.
특히 탈(脫)석탄을 내세운 이재명 정부 입장에서는 미국의 압박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정부는 미국의 압박에 미국산 석탄 수입을 확대한 바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12일 “이번 발언은 지난해 7월 합의한 미국산 에너지 구매 확대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양국 사이에서 구체적인 구입 항목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팩트와 무관하게 성과를 부풀리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화법이 정치적 행사에서 나왔다는 뜻이다. 앞서 정부는 관세 협상의 일환으로 4년간 미국산 에너지 1,000억달러어치를 수입하기로 했지만 구체적인 품목과 수량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구체적으로 한국과 일본을 거론한 만큼 미국의 에너지 구입 압박 전선이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당초 업계에서는 약속한 액수를 채우기 위해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는데 석탄도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업계에서는 미국산 석탄을 더 수입할 여력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의 지난해 석탄 수입액은 124억 달러로 이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6%(약 4억5,000만달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전체 수입액의 83.5%(103억5,000만달러)를 차지하는 호주·인도네시아·러시아·캐나다 등 4대 수입국의 공급선을 조절하면 당장 석탄을 사용하는 동안은 미국산 물량을 늘릴 여지가 있는 셈이다.
실제 한국의 미국산 석탄 수입량은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정점을 찍었다. 한국의 미국산 석탄 수입량은 2016년 약 377만 톤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를 시작한 2017년에는 509만 톤으로 35.2% 급했다. 이후 미국산 석탄 수입량은 증감을 반복하다 지난해 372만 톤까지 뒷걸음질 쳤다. 미국 정부의 정치적 압박에 따라 미국산 물량이 조절된 것이다.
미국산 석탄 수입이 확대된다면 발전용이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석탄 수요는 석탄발전소의 연료로 투입되는 ‘발전용’과 탄소강 생산에 사용되는 ‘제철용’으로 크게 나뉜다. 제철소는 민간기업이어서 수입선 변경을 강제하기 어려운 데다 제철용 석탄은 품질 요건이 까다롭다.
반면 석탄발전소는 대부분 공기업인 발전5사(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에 집중돼 있어 정부 정책에 맞춰 움직이기가 용이하다. 정부는 석탄발전소를 2040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입장이지만 그사이 석탄 수요를 활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는 구조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도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2040년 전까지는 어디선가 석탄을 수입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수입원을 어떻게 할지 문제는 추후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석탄이나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를 두고 ‘아름답다’고 표현하는 등 이재명 정부의 탈석탄 정책과 반대되는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내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의 한마디에 이재명 정부의 대표 정책이 뒤바뀌지는 않겠지만 미국과의 협상에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에너지 업계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생에너지를 ‘녹색 사기’라고 규정하고 있어 투자와 자금 조달에서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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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주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