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론 격추 시험 강행 국방부 무리수에
▶ 연방항공청, ‘열흘간 비행 금지’ 초강수
▶ 부처간 알력에 애꿎은 주민들만 ‘공포’

11일 연방항공청(FAA)이 전날 발령한 텍사스주 엘패소 영공 폐쇄령을 약 8시간 만에 해제한 뒤 엘패소 국제공항 내부의 모습. [로이터]
지난 10일 한밤부터 이튿날 아침까지 8시간 가까이 벌어진 텍사스주 멕시코 국경 인접 도시 엘패소의 영공 폐쇄 소동으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난맥상이 드러났다. 연방정부의 내부 갈등과 무신경한 결정이 일으킨 난리였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연방항공청(FAA)은 중부 산악표준시 기준으로 지난 10일 밤 11시30분께 멕시코와 인접한 엘패소 국제공항 주변 영공을 갑자기 폐쇄했다. “특별한 안보 사유”가 발생해 20일까지 이 공항에서 응급 및 군용 항공기까지 포함한 모든 항공편 운항을 중단한다고 FAA는 공지했다.
그러나 금지령은 이날 오전 7시쯤 해제됐고 항공기 운항도 재개됐다. 숀 더피 연방 교통부 장관은 이날 엑스(X)를 통해 “FAA와 국방부가 (멕시코 마약) 카르텔 무인기(드론) 침투에 대응하기 위해 신속하게 행동했다”며 “위협은 무력화했고 역내 민간 항공에 대한 위험은 없다”고 밝혔다.
열흘씩 영공이 닫히는 것은 예외적인 일인데도 앨패소 시 당국은 전혀 몰랐다. 드론 공격이 갑작스러운 일이어서 불가피했다는 게 연방정부 측 설명이지만 납득되지 않았다.
레너드 존슨 엘패소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 지역사회가 공포에 떨었는데, 이런 일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도시, 공항, 병원, 지역사회 지도부와 협의하지 않고 주요 도시 상공을 제한하지 못한다. 소통 부재를 용납할 수 없다”며 “이번 일은 9·11 테러 이래 초유의 중대하고 불필요한 교란이었다”고 항의했다.
이례적인 장기 영공 폐쇄였던 점을 감안할 때 해제가 너무 빨랐다는 사실도 석연치 않았다. 이 지역을 대표하는 민주당 소속 베로니카 에스코바 연방하원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내가 아는 한 특이 상황은 없었다”고 말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회견에서 “국경에서 드론이 사용됐다는 정보는 없다”고 했다.
언론들이 전한 사태의 내막은 정부 설명과 달랐다. 부처 간 알력이 핵심 배경이었다. 원인은 국방부가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NYT와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미군은 멕시코 마약 카르텔이 국경순찰대 요원 감시와 마약 밀반입에 활용하는 드론을 격추할 목적으로 고출력 레이저 무기를 개발해 인근 육군 기지인 포트블리스에서 시험해 왔고, 안전성 평가를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FAA 동의도 없이 실제 상황에 신기술을 적용하는 시험을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FAA는 국방부를 믿지 못했다. 소식통들은 NYT에 이번 주 군 당국이 카르텔의 드론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레이저로 쐈지만 해당 물체가 파티용 풍선으로 밝혀진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 일이 군의 새 레이저 무기가 민간 항공기를 드론으로 오인해 요격할지도 모른다는 FAA 우려를 자극했다.
지난해 1월 워싱턴 인근 상공에서 여객기와 육군 헬기가 충돌해 67명이 숨진 참사가 재연되면 안 된다는 경각심도 컸다고 미국 액시오스는 전했다. 요컨대 국방부의 무리수에 과민한 FAA가 서둘러 열흘 폐쇄라는 초강수를 둔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