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득세 없고 재산세도 낮아…최고급 주택 가격 1천만불→2천만불로 뛰어
▶ “라스베이거스가 이제 자유로운 정신 상징”…부유세 도입 반대시위는 ‘썰렁’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 [로이터]
캘리포니아주에서 '억만장자세'로 불리는 부유세 도입이 추진되면서 이웃 네바다주 부동산 시장이 반사이익을 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리콘밸리 등의 억대 부자들이 부유세를 피해 라스베이거스 등으로 이주를 택하면서 초고가 주택 시장이 전례 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고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가 8일 보도했다.
고급 주택 중개업체 'IS 럭셔리' 창업자 이반 셔는 "라스베이거스의 고급 주택시장이 달아오르던 가운데 캘리포니아에서 전해진 소식이 이를 더 가속했다"며 "코로나 이후 우리 고객 중 캘리포니아 출신은 80%에 달했는데 억만장자세 법안이 제안된 이후 훨씬 높은 수준의 이탈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데이터 분석업체 렌트카페에 따르면 라스베이거스 대도시권의 백만장자 가구 수는 2019년 331가구에서 2023년 879가구로 166% 급증했는데, 이 같은 변화가 더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초호화 주택의 기준선도 달라졌다. 현지 중개인 내털리아 해리스는 "(5년 전만 해도) 라스베이거스에서 1천만 달러(약 145억원)짜리 주택은 '와우' 하는 소리가 나올 정도의 최고가였다"며 "이제는 지난주에 나온 매물 3채가 1천100만∼2천만 달러 사이일 정도"라고 설명했다.
부자들이 캘리포니아를 떠나 네바다로 기반을 옮기는 주요 이유는 세금 때문이다.
회계 소프트웨어 업체 인튜이트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는 소득세율이 최고 14% 이상(정신건강서비스세 포함)이고, 재산세도 0.68%인 반면 네바다주는 소득세가 없고 재산세도 0.44%에 불과하다.
여기에 10억 달러 이상 부자들에게 일회성으로 5%의 세금을 걷는 억만장자세가 도입되면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
일생을 캘리포니아에서 살다가 최근 라스베이거스에 2천100만 달러짜리 콘도를 구매한 돈 행키(82) 행키그룹 회장은 네바다행을 택한 이유가 억만장자세 논란 때문이라고 미 경제매체 포브스에 말했다.
그는 "원하지 않는 존재가 된 것 같았다"며 "이미 많은 부유층과 뛰어난 기업을 캘리포니아에서 떠나보냈다.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행키 회장이 캘리포니아에 남고 억만장자세가 도입된다면 내야 할 세금은 4억1천만 달러(약 6천억원)에 달한다.
라스베이거스의 도시 분위기가 자유로운 데다 부자들이 선호하는 캘리포니아 서부 해안과도 거리가 가까워 비행기로 2시간이면 오갈 수 있다는 점도 네바다가 부상하는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 네바다주로 이주한, 기술기업 아톰의 창업자 자인 아지즈는 "라스베이거스밸리가 점차 캘리포니아가 예전에 가졌던 자유로운 정신과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라'는 정신을 상징하는 곳이 돼가고 있다"며 "그런 문화를 좇는 캘리포니아 출신들이 인접한 라스베이거스로 이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글의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네바다주 타호호수 지역에 4천200만 달러 규모의 저택을 매입했고,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도 샌프란시스코 자택을 팔고 네바다 접경지로 자산을 옮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부유세 도입에 반대하는 이색 시위 '억만장자를 위한 행진'이 개최됐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창업자 더릭 카우프먼은 부유층 이탈이 캘리포니아 세수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시위를 주최했지만, 참여자는 20∼30명에 불과했고 오히려 취재진이 더 많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과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 등이 전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부유세 도입 법안을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