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韓근로자체포때 “몰랐다”…대규모단속 배후엔 실세 밀러

2026-02-04 (수) 10: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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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SJ, 작년 9월 韓근로자 300여명 체포후 트럼프-조지아 주지사 소통내용 소개

▶ “밀러, 이민단속 넘어 외교사안까지 관여…거처도 軍기지로 옮겨”

작년 9월 조지아주에서 이민 단속 당국이 한국인 근로자들을 체포했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작년 9월4일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엔솔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을 체포하자,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이들의 석방을 요청했다.

켐프 지사와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조지아 공장의 대규모 체포 사실을 몰랐다고 사적으로 말했다고 WSJ은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태 초기 기자들의 질문에 "난 그 사건에 대해 (당국의) 기자회견 직전에야 들었다"며 "아는 것이 없다"고 한 뒤 "그들은 불법 체류자였고 ICE는 자기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발언했던 정황과 맞아떨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8일 보도된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도 조지아 사태에 대해 "마음에 들지 않는다"(not happy)고 언급한 바 있다.

이 같은 에피소드는 WSJ이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단속을 주도하고 있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의 막후 권력 행사를 집중 조명하는 과정에서 다뤄졌다.

'정권 실세'로 불리는 밀러 부실장은 트럼프 집권 2기의 강경 이민 정책을 설계하면서 '하루 3천명'이라는 추방 목표를 제시한 것으로 유명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인 2014년의 기록(40만명)을 넘는 한해 '100만명 추방'을 추구한 셈인데, 실적은 47만5천명(ICE 내부 자료)~67만5천명(국토안보부 발표) 정도라고 WSJ은 지적했다.

조지아 사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공장과 농장에서 대규모 체포 작전을 하는 것을 더 이상 원치 않는다고 말했지만, 이후에도 밀러 부실장은 계속해서 대규모 단속을 주장했다고 WSJ은 전했다.

논란이 된 '적성국 국민법'을 적용해 이민자들을 엘살바도르의 교도소로 추방하는 방안, 이민자들이 하루 일감을 찾아 몰리는 '홈디포 급습 작전'도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소말리아계 사기범 추방'을 명목으로 미네소타주에 대규모 ICE 요원들을 투입하고 시위대를 향한 강경 진압을 주도한 것도 밀러 부실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달 이민 단속 요원들의 총격에 의한 두번째 희생자인 알렉스 프레티 사망 사건 당시 현장 요원들의 보고를 접하자마자 프레티를 '요원 암살시도범', '테러리스트' 등으로 규정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올려 정권의 정치적 위기를 자초했다.

밀러 부실장의 강경 일변도 반(反)이민 정책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어트리는 '역풍'을 불러왔다. 트럼프 대통령조차 주변에 '일부 사안에서 밀러가 너무 나갔다'는 취지의 불평을 했다고 WSJ은 전했다.

심상치 않은 여론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좀 더 유연한 접근(softer touch)이 필요할 수 있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백악관 내에서 밀러 부실장의 위세는 여전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 역시 두텁다고 한다.

밀러 부실장은 미 비밀경호국의 보호를 받는다. 워싱턴 DC에 인접한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살던 그는 자택 밖에서 반대자들의 시위가 이어지자 가족의 거처를 군 기지로 옮겼다.

자신이 겸직하는 국토안보보좌관의 업무 범위를 넘어 남미 '마약운반선'에 대한 격침 아이디어를 내는가 하면, 그린란드 영유권 확보를 앞장서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달 "그린란드의 미래를 두고 미국과 군사적으로 싸울 나라는 없다"고 한 밀러 부실장의 CNN 인터뷰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전 승인 없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TV 채널에서 밀러 부실장이 베네수엘라 문제에 대해 발언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외교 정책을 담당하지 않는다"며 인터뷰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고 한 고위 당국자가 WSJ에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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