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야기 가득한 ‘조선의 명화’ 읽기

2026-02-03 (화) 08:18:17 최규용 교수 (메릴랜드대 화학생명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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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징박기(蹄鐵, 제철)

▶ 관아재(觀我齋) 조영석(1686-1761) (말 발굽 박기), 국립중앙박물관

이야기 가득한 ‘조선의 명화’ 읽기
관아재(觀我齋) 조영석은 명문 사대부 출신의 문인화가로 의금부도사, 이조좌랑 등 관직을 지냈고 겸재(謙齋) 정선(鄭敾)과 인왕산 기슭의 같은 동네에 살면서 서로 매우 가깝게 지냈다. 그는 산수(山水), 인물, 화조(花鳥), 영모(翎毛, 새와 짐승) 등 다양한 소재의 그림을 그렸는데, 특히 서민들의 일상사에 관심이 많았다.

그의 그림은 대체로 부드럽고 온화한 분위기를 보여주어 남종화법의 화풍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매우 강직한 성격이었고 매사에 근엄하고 깔끔하였으며 조선시대 사대부로서의 가장 모범적인 모습을 보인 문인이었다고 평해진다.

그는 <관아재고(觀我齋稿)>에서 “사물을 직접 보고 그 모습을 그려야만 살아있는 그림이 된다.”라는 확고한 예술관을 지녔고 관념적 산수화는 그리지 않았다. 과장이나 꾸밈을 억제하고 불필요한 선을 덜어낸 그의 화풍은 그의 성품과도 닮아 있다.


<말징박기>는 그의 사실주의적 면모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그는 태연한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말징을 박고 있는 사람과 벙거지를 쓰고 서서 나뭇가지로 고통스러워하는 말을 달래는 사람의 얼굴과 옷을 꾸밈없이 간략하게 표현하였다.

편자라고 불리는 말징을 박는 것은 말에게 쇠로 만든 신을 신기는 것에 해당한다. 말의 다리를 묶은 끈을 나무에 매어 놓았고, 말징을 박는 동안 고통에 머리를 뒤흔들며 입을 크게 벌리고 소리치는 말의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가마니를 깔아 놓았다. 관아재는 이 가마니의 올 하나 하나를 꼼꼼히 상세하게 그려 그가 그림을 그릴 때 얼마나 세심하게 그리려 했는지 알 수 있다.

이 그림에서 배경은 잎이 다 떨어진 나무 하나뿐이어서 보는 사람이 주인공인 말과 두 사람의 모습에만 집중하게 된다. 또한 그림의 핵심이 되는 사물, 즉, 말에 음영을 넣어 고통에 몸부림치는 말을 입체감 나게 그렸다. 조용한 곳에서 혼자 이 그림을 보면, 네 발이 묶인 말이 발에 징이 박히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꺽꺽 소리 내는 울음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조영석은 장기 두는 사람들, 절구질, 목공 일을 하는 사람, 일하다가 새참 먹는 사람들, 바느질하는 여인, 마구간의 마동(馬童), 두꺼비, 소나무 아래 쉬는 노승(老僧), 이 잡는 노승, 까치, 메추라기, 어미 소에서 젖을 짜는 모습 등 일반 백성들의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양한 모습을 담담하고 조용한 느낌으로 그렸다.

대부분의 문인화가가 주로 산수화를 그린 점과 비교하면 관아재의 이러한 풍속도는 그의 따스한 성품을 보여준다. 또한 움직이지 않는 자연을 그리는 산수화에 비하여 사람이나 동물이 움직이는 모습을 그리기 위해서는 감정을 읽어내는 예리한 관찰력과 빠른 스케치 능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관아재의 뛰어난 재능이 돋보인다. 그의 풍속도는 이후 서민들의 사는 모습을 해학과 역동적인 표현으로 그린 단원 김홍도의 풍속도와 유사하면서도 대조되는데, 사대부 문인화가로서 평범한 백성의 일상을 즐겨 그린 공재(恭齋) 윤두서(尹斗緖)의 풍속화와 그 결이 유사한 점이 있다.
joseonkyc@gmail.com

<최규용 교수 (메릴랜드대 화학생명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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