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돌연 ‘韓 관세인상’ 왜… ‘대미투자 신속이행’ 압박인듯

2026-01-26 (월) 0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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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미투자법 처리 지연에 불만 표출…관세 지렛대로 투자 압박 포석

▶ ‘투자 유치’ 자화자찬하던 트럼프, 중간선거 앞 ‘경제 성과’ 노렸나
▶ 한미합의, 무역-안보 연계 구도…산업장관 이어 정무라인 후속협의 추진될수도

트럼프, 돌연 ‘韓 관세인상’ 왜… ‘대미투자 신속이행’ 압박인듯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6일 한국 국회에서의 대미투자특별법 통과 지연을 비판하며 자동차 등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다시 올리겠다고 밝혔다.

한국이 한미 관세협상의 후속 조치를 신속하게 이행하고 있지 않다는 인식 아래, 한국의 대미 투자 계획을 조기에 이행 단계로 끌어내기 위해 압박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 입법부가 역사적인 무역 합의를 입법화하지 않았다"면서 "나는 자동차, 목재, 의약품 및 기타 모든 상호관세(국가별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 합의마다 우리는 합의된 거래에 따라 관세를 신속하게 인하해왔다. 당연히 우리는 교역 상대국들도 동일하게 행동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한 법안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11월 26일 발의한 대미투자특별법으로 보인다.

이 법은 한국의 대미 투자를 위한 기금을 조성하고 이를 관리하는 공사 설립과 함께 투자 관련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골자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11월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MOU 이행을 위한 법안이 한국 국회에 제출되는 달의 1일 자로 관세 인하 조치를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한국 의회에 대미투자특별법안이 제출되면서 지난달 초 미국 정부는 11월 1일 자로 한국산 자동차 등 관세를 15%로 소급 인하했다.

양국 합의 사항에는 '법안 제출'과 그에 따른 관세 인하 조치만 명시돼 있을 뿐, '법안 통과' 시한이나 지연에 따른 불이익과 관련한 내용은 담겨 있지 않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 카드를 다시 꺼내 든 것은 일차적으로 대미 투자 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되지 않는듯한 한국 내 기류에 대한 불만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대미투자특별법의 경우 국회에서의 논의가 더딘 상태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양국 간 양해각서를 한국에만 구속력이 있는 국내법으로 발의한 것은 문제라면서 국회 비준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원화 약세 기조까지 이어지면서 올해 대미 투자 액수가 한도인 200억 달러에 크게 못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한미는 작년 11월 미국이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내리고 한국은 3천500억 달러(약 505조원)의 대미 투자를 하기로 명문화하면서 관세 협상을 마쳤다. 한국은 대미 투자와 관련해 한해 한도를 200억 달러(약 29조원)로 설정하고 한국이 조달 금액과 시점의 조정을 요청할 수 있다는 점 등 '안전장치'를 확보했다.

기획재정부 최지영 국제경제관리관은 지난달 브리핑에서 특별법 통과, 사업 선정 같은 절차에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내년도에 200억 달러 투자가 다 이뤄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그것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 투자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에 5천500억 달러(약 794조원)를 투자하기로 한 일본의 경우 지난해 7월 미국과 무역 합의를 타결하고 9월 초순 투자 부문 MOU를 체결한 데 이어 12월 투자처를 선정하기 위한 대미투자 협의위원회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했다.

일본과 미국은 지난 9일에도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산업상,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대미투자 협의위원회의 온라인 회의를 진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을 다시 꺼내 들며 한국을 강하게 압박하는 것은 이달들어 이민단속 요원들의 총격에 따른 미국 국민 사망 사건이 2건 발생하면서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등 정치적 위기 국면을 보내고 있는 상황과도 무관치 않을 수 있어 보인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구체적인 경제 성과를 냄으로써 정치적 위기 국면을 돌파하려는 의도에 따른 압박일 수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관세의 순기능을 강조하면서 자신이 한국과 일본 등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고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발언해왔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20일 취임 1주년 브리핑에서 "한국, 일본과 (무역) 합의를 타결하면서 우리는 전례 없는 수준의 자금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후 한국 정부와의 추가 논의에서 자신이 원하는 답을 얻어낸다면 '관세 인상' 방침을 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율 관세를 지렛대로 삼아 자신의 외교·경제적 목표가 달성되면 관세 부과 방침을 철회하거나 관세를 낮춰주는 일이 적지 않았다. 최근에는 유럽 8개국에 예고했던 '그린란드 관세'를 철회한 바 있다.

그러나 법안 처리의 경우 야당까지 포함한 한국 국회의 행동이 필요한 일이라는 점이 변수다. '여대야소'의 한국 국회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행정부 차원에서 법안의 처리 시한을 약속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어 한미 정부 당국자간 협의에서 '꼬인 실타래'가 풀리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존재한다.

일단 한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배경 등을 분석한 뒤 대응 방향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조속한 시일 내에 미국을 방문해 카운터파트인 러트닉 상무장관과 관련 내용을 협의할 계획이다.

관세인하 및 대미투자를 축으로 하는 무역합의와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민간용 우라늄농축 및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허용 등 다른 한미 합의들이 상호 연계돼 있다고 봐야 하는 만큼 한국 입장에서는 트럼프의 이번 발표가 단순히 무역의 영역에 국한되는 것으로 간주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한미관계의 큰 틀에서 풀어가야 할 사안일 수 있는 만큼 김정관 산업장관의 방미 협의 상황에 따라, 양국 정부 고위급 정무라인 인사 간의 후속 협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상호관세 정책의 위법성에 대한 미 연방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시점에 추가적인 관세 조치를 꺼내 든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1·2심에서처럼 대법원도 '위법'하다고 판단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나 이번 관세 조치 역시 사실상 무효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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