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 목적으로 남의 집에 들어갔으면서 상해를 당했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걸 그룹 애프터스쿨 출신 배우 나나(35·본명 임진아)의 자택에 침입해 강도 행각을 벌인 30대 남성 A씨가 밝힌 항변은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A씨는 20일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국식) 심리로 열린 강도상해 혐의 첫 공판에서 수의를 입은 채 구속 상태로 출석했다.
이날 A씨는 변호인과 함께 "사다리를 이용해 나나의 집에 침입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강도의 목적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발코니 창문이 열려 있어 단순 절도 목적으로 집에 들어갔다"고 강도 혐의를 부인했다.
또한 A씨는 해당 집이 나나 자택인 사실도 몰랐고, 애초에 자신은 흉기를 소지한 채 침입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A씨는 "집 안에서 나나와 나나 모친과 대치할 때 오히려 모녀로부터 저항하는 입장이었다"고 강조하며 "나나가 갑자기 달려들어 흉기로 자신을 찔렀다"고 말했다.
A씨는 다소 횡설수설하는 듯한 말투와 함께 "내 말을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나나 모친이) 엄청 침착하셔서 내가 오히려 말리는 상황이었다. 나나 모친이 집에서 나가라고 해서 내가 제발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내가 진정시키려 했고 나를 밀치려 해서 집을 나갔다"고 했다.
A씨는 이어 "나나 모친의 목을 조른 것도 사실이 아니다. 내가 키가 커서 나나 모친의 옆에 서서 목이 아닌 어깨 부분을 붙잡았다"며 "이후 이 모습을 본 나나와 몸싸움을 벌인 것도 사실이 아니다. 나와 나나 모친 모두 (대치 상황이) 끝났는데 나나가 갑자기 내게 달려들어서 칼로 내 목을 찔렀다"고 주장했다.
이를 들은 판사는 "입장 바꿔 생각해서 새벽에 누군가 집에 들어와 그런 짓을 하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느냐. 본인이 (그 상황에서) 납작 엎드리려고 한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 되묻자, A씨는 "맞다"고 답하기도 했다.
결국 A씨의 주장은 "절도만 하려고 간 건데 왜 내가 흉기까지 찔려야 하느냐?"라는 정도밖에는 해석이 되지 않았다. 심지어 재판부의 질문 과정에서도 A씨는 피해자의 대응이 일정 부분 불가피했음을 인정하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았다.
한편 이날 재판에선 이번 사건과 별도로 A씨의 다른 재판 상황도 언급됐다. 재판부는 현재 A씨가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에서 보험사기 관련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고 밝혔고, A씨는 이에 대해 "2020년 사건인데 증인 신문을 위해 2명의 증인이 필요한데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 말미에는 국선변호인 변경 문제도 거론됐다. A씨 변호인이 "A씨가 국선변호인 변경을 희망한다"고 밝히자, 판사는 A씨에게 "본인에게 부여된 수많은 법적 권리가 있다. 그걸 제일 잘 보장해줄 수 있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본인 옆에 있는데 왜 바꾸려고 하냐"며 "바꾸려는 건 좋은데 좀 더 국선변호인의 조언에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다. 지금은 본인의 시각보다 본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제3자의 시각을 냉정하게 듣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조언했다. 이 과정에서도 A씨와 변호인은 각자의 입장을 전하며 서로 의견 차를 보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A씨는 지난해 11월 15일 오전 6시께 경기 구리시 아천동 소재 나나의 주거지에 침입해 흉기로 나나 모녀를 위협하며 돈을 뜯어내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나나 모녀는 몸싸움을 벌인 끝에 A씨를 제압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조사 결과, A씨는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자 고급 주택단지가 있는 구리 아천동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파악됐다.
구치소에 수감 중인 A씨는 최근 나나를 살인미수 등 혐의로 역고소했으나, 경찰은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며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스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