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해 아기 울음소리 넘치길

2026-01-20 (화) 12:00:00 조환동 편집기획국장·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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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간 한국을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다. 서울 곳곳 거리를 다녀보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할이버지, 할머니, 아저씨와 아줌마들은 많이 보이는데 젊은이들과 어린이는 많이 보이지 않는다. 기자의 지인들도 한국 방문 시 이같은 현상을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한국이 세계 1위 낮은 출산율로 인류 역사상 유래가 없는 급격한 인구 감소 현상을 겪으면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국의 고령화는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다. 실제 한국의 중위연령(인구의 정확한 중간 나이)은 최고로 높은 급격한 고령화 국가로 분류되는데 2026년 기준 약 47.3세이며, 이는 전 세계 평균 31세보다 훨씬 높다.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해도 최고 수준이다. 2050년에는 일본에 이어 세계 두 번째 고령 국가가 될 전망이다.


반면 일부 아프리카나 중동 국가들은 중위연령이 20세 미만인 곳도 많아 한국과 대조된다. 인도는 중위 연령이 26.7세, 베트남이 31세에 불과한 것을 비교하면 한국이 얼마나 고령화 국가인지 실감이 간다. 한국은 출산율 급감과 평균 수명 연장으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 중이다.

실제 경제와 인구 전문가, 석학들이 전망하는 미래 한국의 공통점은 ‘국가 자연 소멸’ ‘노동인구 급감 및 사회보장제도 붕괴’ 경제 규모와 성장률 폭락’ 등 섬뜩하다.

전기자동차 테슬라의 창업주 겸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과거에도 인구 감소 문제를 인류가 당면한 큰 위기 중 하나로 지목하면서 한국을 대표적인 사례로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머스크는 최근 새해 대담에서 인구와 수명 연장에 관해 얘기하면서 “한 나라가 바른 경로로 가지 않는다는 신호 중 하나는 성인용 기저귀가 아기용 기저귀보다 많아질 때”라며 “한국은 이미 수년 전에 그 지점을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의 대체출산율(replacement rate)을 보면 3개 세대 후 인구가 27분의 1로 줄어든다. 현재 규모의 3% 수준이 된다”며 “북한이 침공할 필요도 없다. 그냥 걸어서 넘어오면 된다”고 말했다. 참고로 머스크는 4명의 여성들로부터 자녀 14명을 낳았는데 그는 앞으로도 자녀를 더 많이 낳고 싶다고 말한다.

대체출산율은 현재의 인구 규모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합계출산율을 가리키는 말로, 일반적으로 약 2.1명을 인구 유지에 안정적인 수준으로 본다. 한국의 2024년 기준 합계출산율은 0.75명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현재 출산율이 유지되면 향후 60년 내 한국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경고했다. 100년 뒤에는 인구가 현재의 15%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한국 정부도 출산율 급감의 심각성을 절감하면서 그동안 수백조원의 재원을 쏟아 부었지만 한번 낮아진 출산율을 올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실감하고 있다.

요즘 한국에서는 자녀를 3명 이상 낳으면 ‘애국자’라고 일컫는다. 일제시대 독립을 위해 희생했던 애국지사 못지않게 국가의 미래를 위해 희생, 헌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혼 자체를 기피하는 비혼주의가 확산되고 결혼해도 자녀를 낳지 않는 부부가 넘치는 상황에서 이들 다자녀 부모들의 노력과 희생을 국가와 사회가 인정해준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부부들에게 무작정 자녀를 많이 낳으라고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남녀 출산휴가 확대, 유치원 등 아동 케어 지원 강화, 교육비와 사교육비 감소 등 근본적인 제도적 지원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최근 한국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미국 등 재외국민 사회의 65세 노인 인구 비율이 2015년 18%에서 2025년에는 처음으로 25%대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감소로 신규 이민은 줄고 있어 앞으로 재외국민 고령화 속도도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주 한인사회도 신규 이민이 거의 끊기면서 성장 동력을 잃고 있다. 1970년대와 1980년대 매년 수만명의 신규 한국인 이민자들이 미국에 오면서 한인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활기가 넘쳤던 것을 기억한다.

인구는 국가를 지탱하는 가장 핵심적이고 소중한 자산이다. 인구가 소멸되기 시작하면 ‘백약이 무효’다. 한 나라의 흥망을 가를 열쇠는 바로 인구에 있다.

올해 한인사회, 무엇보다도 아기 울음소리가 더 많이 들리는 해가 됐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이다.

<조환동 편집기획국장·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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