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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기사회생 공수처?

2026-01-20 (화) 12:00:00 이왕구 / 한국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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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1심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16일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어느 곳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 판결에 쾌재를 불렀다는 후문이다.

■ 그럴 만도 하다. 비상계엄 직후 공수처가 검찰, 경찰과 경합을 벌인 끝에 내란수사를 끌고 가게됐지만 ‘수사 적법성’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대통령 같은 고위공직자의 직권 남용 범죄는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지만 그 수사과정에서 ‘내란죄’를 수사할 수 있느냐는 확립된 법리나 판례가 없었다. 실제로 지난해 3월 법원이 구속기간 산정과 공수처의 수사 적법성을 모두 문제 삼아 윤 전 대통령을 석방시키면서 논란이 커졌다. 공수처로서는 다행스럽게도, 내란 관련 형사재판에서 법원은 “공수처는 직권남용과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모두 수사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윤 전 대통령 측이 문제를 제기했던 공수처의 ‘영장쇼핑’도 적법하다고 해석했다.

■ 공수처는 검찰개혁에 대한 진보진영의 열망 속에서 2021년 1월 출범했지만 이후 5년 동안 존재감은 ‘낙제점’에 가깝다. 낮은 위상 탓에 검사 자격요건을 변호사 경력 10년에서 5년으로 낮출 정도로 고질적 인력난에 시달리는 실정이다. 지난 5년간 800억 원 가까운 예산을 썼지만 기소는 6건에 그칠 정도로 ‘가성비’도 낮다. 검찰과 친연성이 강한 보수정권이 외면한 것은 물론이고, 진보진영도 공수처의 역량 강화에는 별 관심이 없었던 게 이유일 것이다.

■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해 감사원이 표적감사를 했다는 의혹 수사를 3년이나 끌다가 올해 초에야 검찰로 보내는 등 수사역량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보완수사 주체를 놓고 2년간 검찰과 사건핑퐁(감사원 간부 뇌물 의혹)을 할 정도로 제도적 안정성도 취약하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내란 수사’라는 전인미답의 과제를 수행하며 공수처의 수사 역량과 존재 가치를 세상에 증명해 냈다”고 자찬했다. 지난 16일 판결이 공수처가 심기일전할 계기가 될 수 있을까 궁금하다.

<이왕구 / 한국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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