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실업률 4.4%↑
▶ 기업 채용 위축·투자 급감
▶ 롱비치·LA항만 물동량 ‘흔들’
▶ ‘대법 판결 불확실성’도 상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일자리가 급감하고 기업 투자가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 유타주에서 실업자들이 실업 수당 신청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관세 정책이 일자리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 소고기, 커피, 토마토 등 일부 품목의 가격은 눈에 띄게 올랐지만, 전반적인 물가 상승률은 우려했던 것보다 완만했다. 진짜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물가가 아니라 ‘일자리’였다. 다수의 전문가들이 관세 폭탄이 물가 급등과 실업률 상승을 동시에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실제 충격은 고용과 투자 부문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13일 CNN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월 평균 일자리 증가 폭은 경기침체기를 제외하면 수십 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같은 해 실업률은 0.4%포인트 상승해 4.4%를 기록했다. 관세의 부작용이 인플레이션보다 고용 둔화라는 형태로 먼저 표면화된 셈이다.
반면 물가 지표는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2025년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2.7% 상승하며 연간 인플레이션이 소폭 완화됐다. 이는 11월과 동일한 수준으로, 연초의 3%대 상승률보다는 낮아진 수치다. 다만 월간 상승률은 11월의 0.1%에서 12월 0.3%로 가속화됐다. 주거비 상승이 이어진 가운데 식품 가격이 전월 대비 0.7%, 에너지 가격이 0.3% 오르며 상승 압력을 키웠다. 근원 CPI 역시 전년 대비 2.7% 상승해 여전히 목표 수준을 웃돌았다. 너드월렛의 수석 경제학자 엘리자베스 렌터는 “인플레이션이 다시 가속화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느리지만 완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여전히 위험 요인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기업들의 의사결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반도체 기업 인텔은 공급망 비용 상승과 관세 불확실성을 이유로 신규 채용 속도를 늦추고 일부 투자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글로벌 부품 조달 비용과 관세 리스크를 동시에 고려하며 설비 투자와 인력 확대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일부 공정에서는 효율화 명목의 인력 재배치가 이뤄졌고, 신규 채용 공고는 크게 줄었다.
프록터 앤 갬블을 비롯한 다국적 기업들은 관세 부담을 즉각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지 않는 대신, 마케팅·설비·인력 지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이는 단기적으로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를 냈지만, 고용과 투자 위축이라는 숨은 비용을 낳고 있다는 평가다. 연방준비은행 리치먼드 지점이 최근 공개한 경기동향 보고서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확인된다. 다수의 제조업체들은 “관세 수준이 수시로 바뀌는 상황에서 고객들이 신규 주문을 미루고 있다”고 응답했다.
미국 수입 물동량의 관문인 롱비치항과 LA항이 위치한 캘리포니아는 이 파고를 가장 먼저 맞고 있다. 관세 인상 이전 물량을 확보하려는 ‘밀어내기’가 끝나자 항만 물동량은 눈에 띄게 줄었고, 관련 물류·창고업계를 중심으로 해고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관세 부과의 적법성을 둘러싼 대법원 판결이라는 변수도 남아 있다. 관세 정책의 향방이 사법 판단에 따라 뒤바뀔 가능성이 존재하는 만큼, 기업들의 ‘관망 모드’는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 경제 전문가는 “관세가 만든 가장 큰 비용은 눈에 보이는 물가가 아니라, 기업의 의사결정을 마비시키는 불확실성”이라며 “이 상태가 장기화될 경우 미국 경제는 고용과 투자가 동시에 식는 ‘조용한 둔화’ 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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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