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환심 사려나… 미, 주민 1인당 최대 10만 달러 ‘현금 살포’ 검토
2026-01-10 (토) 12:00:00
베를린= 정승임 특파원
▶ 독립 때 투표 필수, 주민 설득 차원
▶ 작년 여론조사 “미 편입 반대” 85%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손에 넣기 위해 현지 주민들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고 로이터통신이 8일 보도했다. 그린란드 독립 결정권이 그린란드 주민에게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주민들을 돈으로 매수해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그린란드를 획득하겠다는 구상이다. 북극해와 북대서양을 잇는 지정학적 요충지인 그린란드에는 희토류와 니켈, 리튬 등 자원이 대규모로 매장돼 있다.
로이터는 이날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행정부가 그린란드를 편입하기 위한 전략으로 5만7,000여 명의 주민에게 금전을 일시불로 제공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했다고 전했다. 금액을 구체화하진 않았지만 그린란드 주민 1인당 1만~10만 달러(약 1,454만 원~ 1억4,540만 원)가 거론됐다고 한다.
이 같은 구상은 ‘독립 결정권’이 있는 주민들을 직접 설득, 주민 투표를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계산으로 보인다. 2009년 제정된 자치법에는 ‘그린란드 독립 결정권은 그린란드 주민에게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린란드가 덴마크에서 독립하려면 양 정부 간 협상, 자치의회 표결 외에 주민 투표도 필요하다. 지난해 1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그린란드 주민 85%가 미국 편입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로이터는 이 현금 공세를 ‘미국이 그린란드를 매입하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린란드 매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최근 의회 지도부와의 비공개 브리핑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는 그린란드 매입”이라며 군사 개입 검토설을 부인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발언과도 일맥상통한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로이터의 관련 질의에 “루비오 장관의 발언을 참고하라”고 답했다.
미국이 영토 확장의 일환으로 다른 나라의 땅을 사들인 선례는 적지 않다. 1803년 프랑스로부터 루이지애나주를 매입했고 남북전쟁 직후인 1867년에는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주를 단돈 720만 달러를 주고 손에 넣었다.
그린란드도 과거에 두 차례나 눈독 들였던 땅이다. 알래스카를 사들일 당시에도 매입 대상에 올랐고 1946년 해리 트루먼 행정부는 매입가로 1억 달러를 제시하기도 했다. 다만 경제학자들이 추산한 그린란드의 현재 가치는 최대 1조 달러(약 1,453조 원)로 크게 오른 상태다.
돈으로 영토를 확장하는 방식은 2차세계대전 이후 사실상 자취를 감추었다. 그 이유로 “국경이 민족 국가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핵심 요소가 됐기 때문”이라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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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정승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