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英언론, 미군기지 확대·독립 후 안보협정·군사력 동원해 강제병합 가능성 제시
▶ 덴마크 인사들 “트럼프, 실제보다 지도에서 커 보이는 그린란드에 매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에 대한 야욕을 거듭 드러내면서 실제 통제권 확보 가능성과 그 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측에서도 외교를 통한 매입과 군사력 동원 등 다양한 구상이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현지시간) 미국과 덴마크의 전·현직 관리들을 인용해 미국이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를 세 가지 시나리오로 나누어 제시했다.
◇ 첫번째 시나리오 - 그린란드 미군 기지 확대·반중 노선 명확화
덴마크가 가장 선호하는 방식은 1951년 체결된 기존 방위 협정하에서 미군의 주둔 규모를 늘리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은 그린란드 내 10여개 기지에 약 1만5천명의 병력을 주둔시켰으나 현재는 '피투픽 우주군 기지'에 200명 미만의 인원만 남기고 철수한 상태다.
덴마크 정부는 그린란드에 눈독을 들이는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기 위해 공군이나 해군 기지를 추가로 건설할 기회를 제안해왔지만, 미국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고 FT는 전했다.
욘 라벡 클레멘센 덴마크 왕립국방대학 북극안보연구센터장은 "덴마크는 미국에 출구를 제공하고 싶어 한다"며 "그린란드 영토 주권은 넘기지 않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더 많은 안보 통제권을 줘 일종의 정치적 승리를 안겨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덴마크 정부의 제안 내용은 그린란드 내 미군 기지를 미국 영토로 지정하거나, 그린란드가 명확한 반중(反中) 노선을 취하게 만드는 방식 등을 포함한다.
미국은 그린란드 확보 계획이 북극권에서 천연자원 개발과 새로운 항로 개척 등을 해온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미국 관리들은 덴마크 정부의 제안 내용보다는 그린란드가 덴마크로부터 독립할 경우 생길 기회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고 FT는 진단했다.
◇ 두번째 시나리오 - 그린란드 독립 후 미국과 협정·美에 배타적 군사권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다수 그린란드 주민은 덴마크로부터 독립을 원한다. 하지만 미국 편입을 원하는 비율은 6%에 불과하다.
트럼프 행정부 일각에서는 그린란드 독립을 미국의 위협이자 기회로 보고 있다.
알렉산더 그레이 전 국가안보회의(NSC) 국장은 "그린란드가 독립하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에 위협이 된다"며 "러시아나 중국에 즉시 흡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거론되는 것이 태평양 섬나라인 팔라우, 마셜제도, 미크로네시아가 미국과 맺고 있는 '자유연합협정(COFA)' 모델이다. 이는 미국이 재정 지원을 제공하는 대가로 배타적인 군사적 접근권을 갖고 제3국의 진입을 거부하는 권리를 갖는 방식이다.
그레이 전 국장은 지리적으로 북미에 있는 그린란드를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준회원국으로 가입시키는 방안도 하나의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친미 성향의 쿠노 펜커 그린란드 의원은 그린란드가 미국과 COFA를 체결하는 것이 현재처럼 덴마크의 직간접적 지배를 받는 것보다 나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덴마크가 매년 그린란드에 제공하는 7억 달러(약 1조20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미국이 대신 주는 등 경제적 인센티브 없이는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회의론도 있다.
◇ 세번째 시나리오 - 군사력을 동원한 '강제 병합'
덴마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힌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새해 들어 미군이 베네수엘라를 급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하면서 덴마크의 불안감은 한층 높아졌다.
덴마크 관리들은 자국의 병력과 장비가 부족해 미군이 그린란드를 침공하면 몇 분 안에 상황이 종료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덴마크가 그린란드와 북극 안보 강화를 위해 42억 달러(약 6조1천억원) 규모의 국방 예산을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리란드에서 미군의 상대가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덴마크 정부는 미국의 군사력 활용 가능성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미국은 동맹인 나토 회원국인 덴마크를 공격한다는 엄청난 비난에 휩싸이고, 나토 등 기존 안보 체계가 무너진다는 우려도 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그린란드를 점령하기 공격한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국제 사회와 민주적 규칙,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모든 체제가 붕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일부 인사들은 부동산 재벌이기도 한 트럼프 대통령이 북극권에 있어 실제보다 평면 지도상 더 거대해 보이는 그린란드의 크기에 매료돼 영토 확장을 꿈꾸고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