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기당 조단위… 대표 고부가제품
▶ 5년 내 시장 규모 30조 원 전망
▶ 한화, 원격 운용 등 기술 고도화
▶ 육해상 에너지플랜트 역량 결집
한화오션이 고부가 해양 플랜트로 ‘바다 위 정유 공장’으로 불리는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한화오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 부실의 한 원인이 FPSO 등 해양 플랜트였지만 최근 심해 유전 개발 활성화로 관련 시장이 5년 내 30조 원 규모로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이 올해만 98억 3,000만달러에 달하는 선박 51척을 수주해 사업 다각화 필요성도 커진 상황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최근 FPSO 고도화를 위한 기술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달 초 FPSO 원격제어 기술에 대해 미국 선급인 ABS로부터 기본승인(AiP)을 획득한 것이 대표적이다.
해당 기술은 심해 유전 개발에 투입될 FPSO를 육상 등지에서 원격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한다. 심해 유전 개발 사업자 입장에서는 원격제어 기술이 도입되면 설비 효율을 높이고 인력·비용 등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한화오션은 올 7월 FPSO의 시스템 위협을 실시간 탐지·모니터링할 수 있는 운영 및 보안 기술의 국제 인증도 취득했다.
전 세계적인 대형 심해 유전 발견에 FPSO 시장의 고속 성장이 예상되자 한화오션은 자체 개발한 ‘표준 FPSO’에 이들 기술을 적용해 내년부터 수주 전쟁에 본격 뛰어들 계획이다. 해저 시추구로부터 원유·가스를 끌어올려 정제·저장·운반선 하역까지 담당하는 FPSO는 1기당 가격이 조 단위에 달해 조선 업계에서는 대표적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통한다.
한화오션의 FPSO 수주는 대우조선해양 시절인 2021년 컨소시엄을 구성해 브라질 국영 석유 기업인 페트로브라스의 ‘P-79’ 프로젝트를 따낸 것이 마지막이다. 한화가 2023년 대우조선을 인수했지만 사업 재정비 등에 따라 FPSO 수주는 4년째 끊겼고, 올해 시장에 재진입하려 수주전에 나섰던 페트로브라스의 ‘P-86’은 발주가 취소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화오션은 내년부터 FPSO 수주 재개를 겨냥해 자체 표준 FPSO가 최대 20년간 ‘리도킹(해상 플랜트를 조선소로 옮겨 정비하는 작업)’ 없이 가동이 가능하도록 운용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등 앞선 기술력을 확보했다.
아울러 기존 해양사업(OBU)과 플랜트·해상풍력을 담당하는 E&I 사업을 지난달 통합해 에너지플랜트부문(EPU)을 신설했다. 육해상 플랜트 역량을 결집해 수주 공백에 마침표를 찍고 신성장 동력을 재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에너지 플랜트 사업 수장인 필립 레비 사장은 “2027년부터 2년마다 FPSO 3기를 건조하도록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FPSO 시장은 올 들어 총 11건의 프로젝트가 발주되는 등 호조세를 보여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모도인텔리전스는 FPSO 시장 규모가 올해 130억달러에서 2030년 197억달러로 연평균 8%대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인수한 싱가포르 해양 플랜트 전문 업체 다이나맥과 거제조선소 간 FPSO 수직 계열화를 이뤄 시너지도 창출한다. 다이나맥이 FPSO의 상부 모듈을 만드는 거점으로 기능하고 거제조선소가 선체 및 하부 구조를 담당해 FPSO 일괄 설계·조달·시공(EPC) 체제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한편 한화오션은 19일 유럽 선주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7척을 2조5,891억원에 계약해 올 들어 누적 수주 51척, 수주액은 98억 3,000만달러로 지난해 수주 실적(89억8,000만달러)을 훌쩍 넘어섰다고 밝혔다. 올 수주 선박은 초대형유조선(VLCC) 20척, 컨테이너선 17척, LNG 운반선 13척, 쇄빙연구선 1척 등이다.
<
서울경제=정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