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대표하는 문학 작품을 꼽으라면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롤’이 첫 손가락에 꼽힐 것이다. 디킨스는 그가 31살 때인 1843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이 작품을 썼는데 그 후 18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책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을뿐 아니라 연극과 영화로 만들어져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작품이 이토록 긴 생명력을 갖고 있는 것은 돈에 눈이 먼 인간이 사회에 유익한 새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가 깊은 울림을 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빈센트 반 고흐는 죽고 싶을 때마다 이 작품을 읽고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 한다.
5개장으로 돼 있는 이 이야기는 에버네저 스크루지의 파트너였던 제이콥 말리가 죽은 지 7년 뒤 런던의 추운 크리스마스 이브에 시작된다. 크리스마스를 싫어하는 스크루지는 춥고 어두운 자기 집에서 홀로 잠자리에 든다. 그 때 돈가방 사슬에 꽁꽁 묶인 말리의 유령이 나타나 곧 과거와 현재와 미래 크리스마스 유령이 찾아올 것이며 그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자신보다 더 비참한 운명에 빠질 것이라 경고한다.
크리스마스 과거의 유령은 외롭고 가난했던 스크루지의 어린 시절과 조카 프레드의 엄마이자 일찍 죽은 여동생 팬, 갈수록 돈의 노예가 되어가는 스크루지를 버리고 행복한 가정을 이뤄 살고 있는 약혼녀 벨의 모습을, 현재의 유령은 행복한 프레드와 그의 서기 밥 크래치트의 가정을 보여주며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밥의 아들 타이니 팀은 사망할 것을 경고한다.
미래의 유령은 모두가 싫어하는 한 사람의 죽음과 그의 죽음으로 당분간 빚을 갚을 필요가 없게 됐다고 좋아하는 채무자 부부, 죽은 자의 옷까지 훔쳐가는 가정부, 먹을 것을 줘야면 그의 장례식에 가겠다고 빈정대는 사람들, 그리고 스크루지라는 이름이 적힌 묘비와 그의 무덤을 보여준다. 유령들이 보여준 모든 일에 충격을 받은 스크루지는 자신의 잘못을 크게 뉘우치고 타이니 팀을 살려내며 모두에게 친절과 자선을 베풀며 살게 된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스크루지가 원래 나쁜 사람이었던 것은 아니고 지겨운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돈의 노예가 된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서도 마음 속 한 구석 어딘가에는 ‘이게 아닌데’ 하는 불안이 자라고 있었을 것이다. 무의식 속에 존재하던 그 불안이 말리와 크리스마스 유령이란 형식으로 나타나 마음을 바꿀 기회를 준 것이다.
마태복음에 따르면 예수가 공생활을 시작하며 처음 한 말은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다”다. 이는 세례 요한의 첫마디와 똑같다.
여기서 ‘회개하라’는 그리스 원어 ‘메타노에이테’를 번역한 것이고 이는 ‘마음을 바꾼다’는 ‘메타노이아’의 명령어다. 마음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자기 중심에서 하나님 중심, 공동체 중심으로 바꾸라는 것이다. 그 다음에 바로 등장하는 ‘천국’이란 단어는 마음을 바꾸는 일과 천국과의 깊은 상관 관계를 보여준다.
그 후 바리새인들이 하나님 나라는 언제 오느냐고 묻자 예수는 “그건 바라본다고 오는 것이 아니다. 여기 있다 저기 있다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나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다”고 답한다. 하나님 나라는 시간의 문제도, 공간의 문제도 아니고 너희의 문제라는 뜻이다. 여기서 너희는 ‘메타노이아를 실천하는 너희’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스크루지는 메타노이아 실천에 관한 우화다.
크리스마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산타 클로스다. 산타 클로스의 원 모델은 기원 4세기 지금 터키인 미라에 살던 성 니콜라스로 원래 부자였지만 가진 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다 나눠주고 주교가 된 인물이다. 그가 행한 여러가지 일 중 대표적인 것이 한 때 부자였다 사업 실패로 궁핍한 신세로 전락한 집 세 딸들에게 몰래 지참금을 준 일이다. 당시 관습으로는 지참금이 없는 딸은 술집으로 팔려가야 했는데 이 소식을 듣고 밤중에 금화가 든 지갑을 그 집에 던져주고 간 것이다.
네덜란드인들은 그를 ‘진터클라스’라는 이름으로 기렸고 이것이 원래 그들 식민지였던 뉴욕을 통해 미국으로 퍼졌으며 1823년 ‘성 니콜라스의 방문’이란 작가 미상의 시가 인기를 얻으면서 이 시에 나온 순록이 끄는 썰매를 타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출현하는 산타 클로스의 이미지가 굳어지게 된 것이다.
‘크리스마스 캐롤’이든 산타 클로스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같다. 크리스마스는 파티의 시간이기에 앞서 나눔과 베품의 시간이란 점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온 크리스마스를 맞아 이들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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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