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엡스타인 파일 공개했지만… 트럼프 사진 하루 만에 삭제

2025-12-22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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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문건 등 4천여건 그쳐
▶ 언론 “사전검열 징후”지적

▶ 민주 “법무장관 탄핵 추진”
▶ 공화도 “장관 법위반” 경고

연방 법무부가 예고한 대로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과 관련한 대규모 자료를 공개했지만 논란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 이른바 ‘엡스타인 파일’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사진이 공개된 지 하루 만에 삭제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일각에서도 반발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고물가 부담에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엡스타인 문제가 계속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19일 공개한 엡스타인 파일 가운데 총 16개 파일을 공개 하루 만에 삭제했다. 여기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한 사진 한 장이 포함됐다.

해당 사진은 엡스타인이 뉴욕 맨해튼 자택에서 사용하던 가구를 촬영한 것으로, 책상 서랍 안에 들어 있는 사진들 중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 있었다. 부인인 멜라니아 트럼프, 엡스타인의 여자친구 길레인 맥스웰이 함께 촬영됐다. FT는 “2019년 경찰이 엡스타인의 맨해튼 타운하우스를 수색했을 당시 내부에서 찍힌 사진의 일부로 보인다”고 전했다.


법무부의 엡스타인 파일 공개는 지난달 19일 연방 의회에서 통과된 ‘엡스타인 파일 투명성 법’에 따른 것이다. 당초 전체 파일이 수십만 건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날까지 공개된 사진과 문건 등의 자료는 약 4,000건에 그쳤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찍힌 사진 다수가 공개된 자료에 포함됐고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내용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고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유명인 중에서는 가수 마이클 잭슨, 배우 케빈 스페이시의 사진이 이번에 처음 공개됐다. 법무부 측은 데이터가 방대한 데다 피해자 보호를 위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에 마감일을 지키지 못했으며 향후 몇 주에 걸쳐 더 많은 파일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들은 법무부가 엡스타인 파일을 사전 검열하고 선별적으로 공개한 징후가 포착됐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정치권도 비판에 가세했다. 연방 하원 감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X(옛 트위터)에 “트럼프 사진이 삭제된 것으로 보인다”며 “팸 본디(법무장관), 이게 사실인가. 또 무슨 일이 은폐되고 있느냐”며 날을 세웠다. 법무부에 파일 공개를 강제하는 법안을 공동 발의했던 로 카나 의원(민주·캘리포니아)은 모든 파일을 19일 공개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본디 장관의 탄핵 추진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토머스 매시 하원의원(켄터키)은 “본디 장관이 법을 위반했다”며 “정권이 바뀔 경우 본디 장관을 비롯한 여러 관련자들이 범죄 혐의로 기소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지만 엡스타인 파일 공개 문제를 놓고 그로부터 ‘배신자’ 낙인이 찍힌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조지아)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에 부합하지 않는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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