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등학교 성적 인플레… SAT 점수 중요성 다시 부각

2025-12-22 (월) 12:00:00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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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수 요구 상위권 대학 ↑
▶ 점수 제출 신중히 고려

▶ 간 50% 점수 목표로
▶ 평소 연습·응시 3~4회

대학입학 표준화 시험 점수를 다시 요구하는 대학이 늘어나고 있다. 대학 입시 전문가들은 높은 점수가 지원자의 합격 가능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표준화 시험 점수에 대한 기대치는 대학마다 다르다. 시험 점수를 고려하는 대학이라도 여러 합격 조건 중 한가지일 뿐이다. 대학들은 학생의 ‘GPA’(내신 성적), 수강 과목의 난이도, 과외 활동, 에세이, 추천서 등 다른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 점수 요구 상위권 대학 느는 추세

비영리 권익 옹호 단체 ‘전국 공정 공개 시험 센터’(National Center for Fair & Open Testing)에 따르면, 2026년 가을학기 기준 미국의 공인 4년제 대학 가운데 90% 이상이 시험 ‘선택제’(Test Optional) 또는 시험 ‘미반영’(Test Blind)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아이비리그 소속 다수 대학을 포함한 일부 상위권 대학들은 코로나 팬데믹 전후로 시험을 선택제로 전환했다가 최근 표준화 시험 요구 정책을 다시 도입하는 추세다.


현재 출생률 감소로 인한 ‘인구 절벽’ 현상으로 고등학교 졸업 직후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 수가 장기간에 걸쳐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같은 수의 정원을 두고 지원하는 학생 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선발 경쟁이 덜 치열한 대학들은 정원을 채우기 위해 표준화 시험과 지원 조건을 낮출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이 없는 상위권 명문 대학들은 시험 점수를 요구하는 추세가 더 확산될 전망이다.

■ 성적 인플레로 높은 점수가 차별화

입시 전문가들은 시험 선택제 대학이라 하더라도, 성적 인플레이션이 확산된 현재 교육 환경에서는 높은 시험 점수가 지원자를 돋보이게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SAT와 함께 대표적인 대학 입학 표준화 시험인 ACT가 2022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고등학생의 평균 GPA는 2010년 3.17에서 2021년 3.36으로 상승했다. 가장 큰 성적 인플레이션은 2018년부터 2021년 사이에 발생했으며, 이 기간 중 성적은 약 0.1점 높아졌다.

성적 인플레이션이란 학생들의 실제 학업 성취도 향상과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 성적 상승을 의미한다. 입시 전문가들은 물리적 또는 재정적 제약이 없는 한 학생들이 SAT나 ACT를 최소 한 차례는 응시할 것을 권고한다. 이후 시험 선택제 대학에 지원하는 경우, 점수를 제출하는 것이 유리한지 여부를 판단하면 된다.

■ 지원 ‘대학·전공’에 따라 해당 점수 높여야

좋은 SAT 점수는 대학 또는 지원 전공에 따라 달라진다. 입시 전문가들에 따르면 공학 등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학생의 경우, SAT 수학 점수가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미적분 A를 받은 학생이 SAT 수학에서 550점을 받는 경우, 두 지표가 일치하지 않음 보여준다. 이 같은 경우 표준화 시험은 지원자가 대학 수준의 학문적 난이도에 준비되어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좋은 SAT 점수는 대학별로 상대적일 뿐 아니라, 각 지원자에게도 상대적이다. 입시 전문가들에 따르면 좋은 점수는 지원자의 GPA, 수강한 고등학교 과목의 난이도, 다닌 고등학교 등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 지원 대학 중간 50% 점수대 목표로

SAT를 주관하는 칼리지보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고등학교 졸업반의 평균 SAT 점수는 1029점으로, 2024년 졸업반보다 5점 상승했다.

이 점수는 메릴랜드의 타우슨 대학 입학생의 50분위 점수(1020~1320) 해당하는 반면 버지니아의 제임스 매디슨 대학 등은 입학생 평균 SAT 점수가 1200점 이상이다, 아이비리그와 존스홉킨스 대학과 같은 최상위 대학은 일반적으로 1500점 이상을 선호한다고 학교측 웹사이트가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입시 전문가들은 각 대학 웹사이트에서 ‘중간 50%’(최근 합격자 가운데 25~75백분위 점수 범위)를 확인해 자신의 점수가 그 범위 안에 있거나 상회하는지 확인하라고 조언한다. 목표 점수를 이 범위 이상으로 설정하고, 점수를 제출하는 지원자 비율도 조사하면 입시 전략에 도움이 된다. US뉴스앤월드리포트에 따르면 2024년 가을 학기 시험 선택제 대학에서 평균 점수 제출 비율은 약 25%였다.

■ 점수 제출 여부 신중히 고려해야

SAT 점수가 해당 대학의 중간 50% 범위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면 합격에 도움이 되는 강점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시험 선택제 대학에 지원하는 경우 점수가 하위 25%에 속한다면 점수를 제출하지 않는 것이 낫다.

점수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대학이 점수를 어떻게 해석할지도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예를 들어, 690점을 받은 지원자가 중간 50% 최저 점수가 700점인 대학에 지원하는 경우, 당연히 점수를 제출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점수를 제출하지 않으면 대학이 600점이나 590점 등 지원자가 받은 실제 점수보다 낮은 점수로 추정할 수 있다.

점수 제출 여부가 고민이라면 관심 있는 대학 입학처에 직접 연락해 ‘이 점수를 제출하는 것이 좋겠느냐’라고 문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장학금 수혜가 목표인 지원자는 해당 학교의 최소 시험 점수 요건을 확인하고 해당되면 점수를 제출하는 것이 좋다. 다음은 2024년 가을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수학 및 독해 합산 중간 점수 상위권 대학이다. (도표: SAT 중간 점수 상위권 대학)
고등학교 성적 인플레… SAT 점수 중요성 다시 부각

■ SAT ‘백분위’로 내 점수 위치 확인

다음 도표는 최신 칼리지보드 데이터를 기준으로 SAT 종합 점수를 ‘’백분위’(Percentile)별로 나눈 것이다. 도표에서 제시된 백분위는 전국적으로 대표성을 갖는 샘플을 기반으로, 시험 응시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학년(11, 12학년) 전체 미국 학생을 대표하도록 가중치를 적용한 수치다.

예를 들어, 50분위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았다면 전체 학생 중 절반은 그 점수보다 낮고, 절반은 높다는 뜻이다. 백분위가 높을수록 성적이 우수함을 나타낸다.

■ SAT 점수 높이려면?...평소 꾸준한 연습

SAT 시험을 자주 치르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 따라서 과외활동, 숙제 부담, 집안 일, 개인 일정 등을 고려해 잘 판단해야 한다.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가정은 튜터 등 과외 교사를 고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칼리지보드와 제휴한 무료 온라인 학습 자료 칸아카데미 등을 활용해서도 얼마드지 스스로 시험 준비를 할 수 있다.

많은 대학이 이른바 ‘슈퍼스코어’(Superscore) 제도를 운영한다. 이 제도는 여러 번 응시한 시험에서 각 영역별 최고 점수를 조합해 가장 높은 종합 점수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관심있는 대학이 슈퍼스코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면 반드시 제출하는 것이 좋다.

입시 전문가들은 시험 점수를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연습과 준비로, 과도한 응시는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SAT 시험을 너무 자주 치르면 점수가 정체되는 경우가 흔히 나타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충분한 시험 준비 뒤 두세 번 응시하는 것이 적정 응시 횟수로 여겨진다. 만약 시험 당일 컨디션이 좋지 않아 점수가 낮게 나왔다면, 한 번 정도 추가 응시를 고려할 수도 있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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