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조기전형 결과가 인생 결정하지 않는다

2025-12-22 (월) 12:00:00 지나 김 어드미션 매스터즈 대표
크게 작게
조기전형 결과가 인생 결정하지 않는다

지나 김 어드미션 매스터즈 대표

12월 중순. 미국 전역의 고등학교 12학년생들과 학부모들은 숨을 죽인다. 2026년 가을학기 조기전형 결과 발표가 잇따르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메일을 새로 고침하고, 대학 포털 사이트에 로그인하며, 때로는 함께 기도한다.

합격이면 환호, 불합격이면 절망, 보류(defer)면 혼란. 이 짧은 순간이 한 학생의 인생을 규정하는 듯 느껴진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 조기전형 결과가 정말 학생의 능력과 잠재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한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이 과정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버드가 나를 거부했다”는 말은 곧 “내가 하버드 수준이 아니다”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는 입학사정의 실제 작동 방식을 오해한 것이다. 입학사정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변수가 작용한다. 특정 전공의 정원 제한, 운동선수 리쿠르팅, 기부자나 동문 관련 지원자, 장학금 및 재정 여력, 지역과 인구학적 구성 조정, 학과별 충원 목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예를 들어보자. 올해 특정대학 경제학과에 지원한 학생이 있다고 치자. 이 학생은 완벽한 성적과 훌륭한 추천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 대학은 올해 경제학과 정원을 줄이기로 했다. 대신 컴퓨터 사이언스를 확대하고 있다. 이 학생의 불합격은 그의 능력 부족 때문일까, 아니면 대학 내부의 ‘정원 배분 계산’ 때문일까?

혹은 또 다른 경우를 상상해보자. 한 대학이 올해 특정 주에서 더 많은 학생을 선발하기로 결정했다. 지리적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다른 주 출신의 우수한 학생들은 자동으로 경쟁에서 불리해진다. 이것이 학생들의 잘못인가?

입시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핵심이 바로 이것이다. 조기전형 결과는 학생의 잠재력을 평가한 절대적 잣대가 아니라 대학 내부의 복잡한 방정식이 만들어낸 하나의 결과값일 뿐이다. 그것을 자신의 정체성과 연결하는 순간 불필요한 상처를 입게 된다.

학생들은 ‘꿈의 학교’를 너무 일찍, 그리고 피상적으로 정한다. 대학 순위, SNS에서 본 멋진 캠퍼스 사진, 유명인이 졸업한 학교라는 브랜드 파워. 이런 요소들이 특정 대학을 과도하게 신격화한다. 교수 접근성, 학부 연구 참여 기회, 학생 문화, 조기 인턴십 기회, 학업 및 진로 지도 방식, 커리큘럼의 유연성, 경쟁적 혹은 협력적 학습 분위기, 정신건강 지원 체계, 그리고 4년간 총 학비. 이런 것들은 반드시 브랜드 파워와 일치하지 않는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입학 후 자신이 상상했던 ‘꿈의 학교’와 현실 사이의 괴리를 경험한다. 유명한 교수들은 학부생을 가르치지 않고, 상담 서비스는 대기가 몇 주씩 밀려 있다. 반대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대학에서 뜻밖의 멘토를 만나고, 자신의 관심사를 깊이 탐구할 기회를 얻으며, 평생 친구를 만드는 경우도 많다. 중요한 것은 대학의 이름이 아니라 그곳에서 학생이 어떤 경험을 하느냐다.

조기전형 불합격 혹은 보류는 물론 실망스럽다. 하지만 이 경험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학생의 미래를 좌우한다. 입시 전문가들은 “불합격은 향후 10년을 위한 연습”이라고 강조한다. 대학 이후의 삶, 연구실 지원, 인턴십 경쟁, 취업 면접, 대학원 입학 등에서 거절은 일상이다.

(855)466-2783

www.TheAdmissionMasters.com

<지나 김 어드미션 매스터즈 대표>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