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분 9.9%서 19.9%까지 확대
▶ 모빌·샌디에이고 조선소 운용
▶ 한화 필리조선소 시너지 기대
▶ 글로벌 해양 방산시장 공략
한화그룹이 글로벌 조선·방위산업체인 오스탈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한화그룹은 필리조선소 외 미국 내 생산 거점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내년 본격화되는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는 물론 미국을 넘어 글로벌 해양 방산 시장을 더욱 적극적으로 공략할 수 있게 됐다.
짐 차머스 호주 재무장관은 12일 성명에서 “오스탈 지분을 9.9%에서 19.9%로 늘리는 한화의 제안에 대해 엄격한 조건 아래 반대하지 않기로 한 호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의 명확한 권고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추가 지분 인수가 이뤄지면 한화그룹은 오스탈의 기존 1대 주주인 타타랑벤처스(상반기 말 기준 19.28%)를 넘어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다만 차머스 장관은 “이번 제안에 따라 한화는 오스탈 지분을 19.9% 이상으로 늘릴 수 없다”고 제한을 뒀다.
호주에 본사를 둔 오스탈은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과 샌디에이고 등에서 조선소를 운용하며 미국 군함을 건조·납품하는 4대 핵심 공급 업체 중 하나다. 본사가 있는 호주와 베트남에도 생산 시설을 두고 있다. 현재 미국 내 소형 수상함과 군수 지원함 시장 점유율이 40~60%에 달하는 1위 기업으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세계 최대 방산 시장인 미국에서 군함을 건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조선사 중 하나다.
한화그룹은 앞서 지난해부터 공식적으로 오스탈 인수를 추진해왔다. 지난해 4월 오스탈 경영진이 인수 제안을 거절하면서 무산됐지만 올해 3월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통해 장외거래 방식으로 오스탈 지분 9.9%를 전격 인수했다.
이후 한화그룹은 19.9%까지 지분을 늘리기 위해 호주와 미국 정부에 승인을 신청해 먼저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에서 100%까지 지분을 확대할 수 있는 것으로 허가받았다.
오스탈은 호주 정부로부터 전략적 조선 업체로 지정돼 있어 해외 기업 매각을 위해서는 호주와 미국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오스탈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될 한화는 사실상 미국 방산 기업의 지위를 공유할 수 있게 됐다. 현재 미국은 ‘존스법’을 통해 미국 내에서 건조된 선박만 자국 연안을 오갈 수 있도록 규제하며 군함 건조 역시 철저히 자국 내 시설로 제한하고 있다.
한화가 인수한 필리조선소는 상선 건조는 가능하지만 보안 인가와 함정 정비 협약 등 정부 인증이 필요한 군함 건조를 당장 진행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오스탈의 경우 호주 기업임에도 앨라배마주 모빌에 위치한 자회사 ‘오스탈USA’를 통해 미 해군의 연안전투함 등 군함은 물론 핵추진잠수함 모듈 또한 생산하고 있는 만큼 한화가 오스탈의 생산 시설을 활용해 미국 방산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이와 함께 업계에서는 미국·영국·호주의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 프로젝트의 핵심 공급망에도 자연스럽게 편입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 역시 중요하게 보고 있다.
아울러 오스탈과 한화의 기술협력도 기대할 만하다. 한화오션이 가진 잠수함·구축함 등 중대형 강철 함정 기술과 오스탈의 알루미늄 특수선, 중소형 고속정 기술은 양 사 모두의 기술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는 “이번 승인을 통해 한화와 오스탈이 글로벌 방산 함정 건조 사업 분야에서 전략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며 “우리는 이번 투자가 가져올 이점에 대해 항상 확신해왔으며 회사와 이해관계자 모두의 이익을 위해 한화의 역량과 인사이트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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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박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