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 견제용’ AI생태계 구축 첫 회의
▶ 희토류 독점·글로벌 공급망 지배
▶ 중국 위협에 트럼프 행정부 대응책
▶ 싱가포르·영국·호주·이스라엘 등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과 일본 등이 참여하는 미국 주도의 인공지능(AI) 공급망 동맹체 ‘팍스 실리카(Pax Silica)’를 출범한다고 밝혔다.
팍스 실리카는 평화, 안정, 장기적 번영을 뜻하는 라틴어 ‘팍스(pax)’와 컴퓨터 칩 핵심 구성 요소인 실리콘 화합물 ‘실리카(silica)’에서 비롯됐다. 반도체와 AI 등 첨단 산업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핵심 동맹국들과 함께 미국 주도의 공급망 생태계 구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미 국무부는 11일(현지시간) 미국이 한국, 일본, 싱가포르, 네덜란드, 영국,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UAE), 호주 등 8개국과 함께 AI 분야 주요 공급망 안정화를 논의하는 제1회 ‘팍스 실리카 서밋’을 12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무부는 이들 국가가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이라며 “글로벌 AI 공급망을 주도하는 가장 중요한 기업과 투자자들의 본거지”라고 강조했다.
일본의 경우 이날 워싱턴의 미국평화연구소(USIP)에서 열린 행사에서 미국과 먼저 팍스 실리카 관련 양국의 협력 의지를 확인하는 공동 문서에 서명했다.
제이콥 헬버그 국무부 경제 담당 차관과 야마다 시게오 주미일본대사가 각국 대표로 서명했다. 헬버그 차관은 “우리나라와 우리가 신뢰하고 의존할 수 있는 국가들”이 AI 기술을 주도해야 한다면서 “그 임무에 있어서 일본은 없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은 팍스 실리카에 공식 참여하는 이번 8개국 외에도 향후 가입국을 늘려 나간다는 방침이다.
국무부는 이날 팩트시트(설명자료)를 통해 “팍스 실리카는 핵심 광물 및 에너지, 첨단 제조, 반도체, AI 인프라 및 물류를 아우르는 ‘안전하고 번영하며 혁신 주도적인 실리콘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미국 주도의 전략적 이니셔티브’”라며 “이를 통해 동맹국 전반에 걸쳐 AI 기반 번영의 시대를 뒷받침하는 지속 가능한 경제 질서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무부는 팩트시트에서 중국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팍스 실리카는 사실상 희토류를 비롯한 중국의 첨단 산업 공급망 장악에 대응하려는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크리스토퍼 랜도 국무부 부장관은 워싱턴의 도널드 J. 트럼프 평화연구소에서 열린 팍스 실리카 서밋 전야 행사에서 “우리의 목표는 스스로를 폐쇄하는 것이 아니라, 우려 국가나 기업의 부당한 영향력과 통제로부터 자유로운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는데, 여기서 우려 대상 국가는 사실상 중국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갈등 국면에서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들어가는 필수 광물인 희토류의 수출 통제 조치로 대미 협상력을 극대해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팍스 실리카를 통해 중국이 독점한 희토류 등 핵심 광물 공급망 의존도를 낮춘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팍스 실리카 회원국들은 향후 광물 정제부터 반도체 제조, 물류, 인프라 구축에 이르기까지 공급망 전반에서 협력을 강화해 중국의 영향력을 최대한 배제해 나갈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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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