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불만표출 후 “美제안 일부 회의적, 유럽도 카드 있어”
▶ 안전보장 강조하며 비판은 자제…젤렌스키 “미·유럽 모두 필요”

8일 런던에 모인 우크라이나와 영·프·독 정상[로이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유럽 주요국 정상들과 만나 종전 계획, 전후 안전보장 방안을 논의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영국 런던 다우닝가 총리실을 찾아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약 2시간 30분에 걸쳐 회의를 했다.
회담 주요 의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이다. 미국 협상 대표단이 우크라이나, 러시아 대표단과 각각 논의하고 있으나 견해차가 빠르게 좁혀지지는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주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플로리다에서 미국 대표단과 한 회동에서 별다른 돌파구는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양측이 어느 정도로 종전안에 변화를 주기로 의견을 모았는지도 전해지지 않았다.
지난 7일 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의 제안을 읽지 않았다"며 실망을 표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유럽 정상들과 회동 전 블룸버그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미국의 종전안 내용에서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과 동부 영토 문제를 비롯한 여러가지 '민감한 현안들'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의 시각이 있다. 우리는 돈바스에 대한 일치된 견해가 없다"며 우크라이나가 동부 지역 전체를 양보하라는 러시아 요구를 둘러싼 이견이 크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모든 우크라이나인이 답을 구하는 한 가지 질문은 러시아가 다시 전쟁을 일으킨다면 우리 파트너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는 "우크라이나의 존엄한 평화로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한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며 "안보가 보장돼야만 한다"고 썼다.
유럽 한 고위 당국자는 폴리티코 유럽판에 "영토 문제에 대해 미국 측(입장)은 간단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영토 포기를 요구하고, 미국 측은 그게 어떻게 하면 이뤄질지 계속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주요국 정상들도 미국 종전안에 유럽과 견해 차가 있다고 시사했다.
메르츠 총리는 이날 회의를 시작하면서 "미국 측에서 온 문건(종전안) 세부 내용 일부에 회의적이지만, 그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는 모두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며 "우크라이나가 계속 저항하고 있고, 러시아 경제가 곤란해지는 등 우리도 손에 많은 카드를 쥐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롯한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듯 언급 수위를 조절했다. 또한 영토 문제와 같은 민감한 현안에서 이견을 강조하기보다 전후 안전 보장에 초점을 맞췄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의를 시작하면서 "우리가 미국 측 없이 할 수 없는 일, 유럽 없이 할 수 없는 일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회의 이후에도 엑스(X·옛 트위터)에 "중요한 것은 유럽과 우크라이나, 미국의 단결"이라며 "오늘 우리는 미국 측과의 공동의 외교적 노력을 상세히 논의했고 안전 보장과 재건의 중요성에 대한 공유된 입장을 조율했다"고 썼다.
스타머 총리실은 성명에서 "우리가 4년 만에 가장 진전한 것이며 각급에서 협의가 계속되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도 회의 후 성명에서 유럽과 우크라이나, 미국이 계속 협력해 며칠 내로 더 큰 의견 수렴을 이룰 것이라며, 유럽이 우크라이나 전후 안보와 재건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런던 회의를 마치고 벨기에 브뤼셀로 건너가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회동한다.
EU 집행위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평화 노력 및 EU의 재정 지원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9일에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조르자 멜로니 총리를 만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