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크 A. 시쎈 칼럼] 트럼프의 ‘마약선 타격’ 각본은 오바마가 썼다

2025-12-05 (금) 12:00:00 마크 A. 시쎈 /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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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는 지난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구두 지시에 따라 미군이 카리브해에서 이른바 ‘더블 탭’ 공격을 수행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마약 운반선의 특징을 보이는 베네수엘라 선박을 먼저 타격한 뒤, 이어지는 2차 공격을 감행해 그 보트를 침몰시키고 생존자들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일부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해 이 두 번째 공격이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으며 관련자들이 향후 기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헤그세스는 이에 대해 당시 몇 시간 뒤에야 생존자가 있었거나 추가 공격이 있었던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그 전까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설령 그가 두 번째 공격을 직접 지시했다고 하더라도 군사 목표물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여러 차례 타격하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를 늘 해왔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외국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마약 카르텔을 겨냥하면서, 오바마가 개척한 각본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는 집권 직후 CIA의 테러 용의자 심문 프로그램을 중단한 뒤, 테러 표적에 대한 드론 공격을 대폭 확대했다. 그는 적 전투원을 생포해 심문하는 것보다 아예 제거해 버리는 것이 더 간단하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오바마는 당시 뉴욕타임스가 ‘포로를 잡지 않는 정책’이라고 부른 방식을 확립했고, 파키스탄, 소말리아, 예멘에서 540회가 넘는 드론 공격을 지시했다.


오바마가 지시한 공격은 트럼프가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서 수행한 공격과 유사했다. 오바마는 표적 인물의 정확한 신원을 알지 못하더라도 테러 활동을 나타내는 행동 양식을 근거로 공격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는 또 이른바 ‘더블 탭’ 공격도 일상적으로 수행했다. 한 번 목표물을 타격한 뒤, 초기 공격 후에 살아남은 자들이나 현장으로 달려온 다른 테러리스트들을 제거하기 위해 다시 공격하는 방식이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방정보국(DIA) 부국장 겸 직무대행을 지낸 데이빗 셰드는 “우리는 늘 더블 탭 공격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이미 타격을 받은 표적에서 초기 신호를 포착하고 그들이 ‘도망치려 하거나’ 부상당한 것이 보이면 다시 공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실제로는 두 번째 프레데터(무인기)가 대기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고, 첫 번째 공격으로 100% 확실하지 않을 경우 필요하면 세 번째 공격까지도 사용하는 것이 전제로 되어 있었다”며 “이는 일상적으로 이루어졌고 의회 내에서도 초당적 지지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오바마는 이러한 공격을 위한 ‘살해 명단’을 직접 승인했다. 그는 보좌관들에게 “알고 보니 나는 사람을 죽이는 데 아주 능하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추산에 따르면, 오바마가 승인한 공격으로 약 3,797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피트 헤그세스를 전쟁범죄로 기소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먼저 버락 오바마를 기소해야 할 것이다.

오바마는 자신의 공격이 합법적이며 효과적이고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공격 역시 그렇다. 올해 행정부는 8개의 국제적 마약 카르텔을 공식적으로 ‘외국 테러조직’ 및 ‘특별지정 글로벌 테러리스트’로 지정했다. 이어 행정부는 의회에 “미국은 이들로 지정된 테러조직과 비국제적 무력 분쟁 상태에 있다”며 “자기방어 및 타인의 방어를 위해 무력을 사용해야 하는 중대한 지점에 도달했다”고 통보했다. 법무부 법률고문실은 이 군사 작전이 미국 법과 전쟁법을 준수하며 수행되도록 그 범위를 규정한 비밀 법률 의견서를 발행했다.

숀 파넬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11월 워싱턴포스트에 “지휘 계통 곳곳의 변호사들이 작전 실행 전에 철저히 검토에 참여했으며 이의를 제기할 기회가 있었다”고 말했고 “이 카리브해 공격의 합법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변호사는 아무도 없었다”고 밝혔다.

설령 트럼프의 테러조직 지정이 카르텔에 대한 공격을 정당화한다고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군사 행동에는 또 다른 법적 근거가 있다. 행정부는 법정에서 트렌 데 아라과와 카르텔 데 로스 솔레스를 포함한 마약 조직들이 “베네수엘라 정권의 군과 법집행 기구에 침투해 영토를 장악했고, 그 결과 하이브리드 범죄 국가”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법무부 법률고문실 부차관보를 지낸 존 유는 나에게 “만약 카르텔이 베네수엘라 정권의 일부라면 그들은 사실상 베네수엘라 정규군과 정보기관에 부속된 보조 조직이 되며, 따라서 베네수엘라 국가를 상대로 한 군사 행동의 정당한 표적이 된다”고 말했다.

의심할 여지없이 국방부는 이번 공격이 법적 지침과 전쟁법에 따라 수행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조사를 진행할 것이다. 그러나 마약 카르텔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작전은 오바마-바이든 행정부 시절에 확립된 법적 추론과 선례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즉, 모두가 ‘전쟁범죄’와 같은 용어를 함부로 내뱉기 전에 잠시 숨을 고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버락 오바마가 테러리스트 제거를 위해 더블 탭 공격을 할 수 있었다면 도널드 트럼프도 그렇게 할 수 있다.

<마크 A. 시쎈 /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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