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탈모약, 이번엔 다르다”…모발 쑥쑥 ‘바르는’ 신약에 주가 폭등한 ‘이 회사’

2025-12-04 (목) 01:35:10
크게 작게
“탈모약, 이번엔 다르다”…모발 쑥쑥 ‘바르는’ 신약에 주가 폭등한 ‘이 회사’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AI 이미지 생성기로 만든 사진. 툴 제공 = 플라멜

이탈리아 제약사 코스모파마슈티컬스의 남성형 탈모 신약이 임상 3상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며 탈모 치료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회사 주가는 하루 만에 20% 가까이 급등했다.

3일(현지시간) 코스모파마슈티컬스는 남성형 탈모 치료제 신약 ‘클라스코테론 5% 용액’이 두 건의 임상 3상에서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모발 성장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유럽 등 50개 지역에서 남성형 탈모 환자 1465명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 투여군의 모발 수는 위약군 대비 539% 증가했으며 또 다른 임상에서도 168% 개선 효과가 관찰됐다.


임상을 총괄한 마리아 호딘스키 미네소타대 교수는 “이번 결과는 전 세계 의사들이 안드로겐성 탈모증을 치료하는 방식을 재정의할 만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지난 수십년간 제한적인 효능 또는 호르몬의 전신 노출로 인한 부작용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치료를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을 뒤바뀔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신약은 기존 경구형 탈모약과 달리 두피에 바르는 국소제다. 주성분 클라스코테론은 탈모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진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이 모낭 수용체에 결합하는 것을 두피에서 직접 차단한다. 체내 호르몬 농도를 낮추지 않아 성기능 저하·우울감 등 기존 약물에서 보고된 전신 부작용 위험성이 크게 줄어든 것이 특징이다. 피부에 흡수되더라도 혈중으로 이동하면 빠르게 비활성 대사체로 분해되기 때문이다.

클라스코테론 성분이 의약품으로 개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코스모파마슈티컬스는 앞서 자회사 카시오페아를 통해 클라스코테론 1% 연고 제형의 여드름 치료제 ‘윈레비’를 개발해 202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윈레비는 이미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 판매 중이며 한국에서도 현대약품이 판권을 확보해 지난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품목허가를 받은 상태다.

한편 이번 임상 결과가 공개되자 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스위스 증시에 상장된 코스모파마슈티컬스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9.5% 급등하며 78.3스위스프랑(약14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08년 이후 17년 만의 최대 상승 폭이다. 지오바니 디 나폴리 코스모파마슈티컬스 최고경영자(CEO)는 “남성형 탈모 분야에서 30여 년 만에 처음 등장한 잠재적인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업계는 클라스코테론이 상용화될 경우 수조원 규모의 글로벌 탈모약 시장 구도가 크게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88억1000만 달러(약 12조4000억 원) 규모였던 글로벌 탈모 치료제 시장은 2030년 160억 달러(약 22조5000억 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코스모파마슈티컬스는 현재 12개월 장기 안전성 데이터를 확보 중이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미국 FDA와 유럽의약품청(EMA)에 신약 허가 신청을 진행할 계획이다.

<서울경제>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