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슈 분석 - 카리브해서 무슨 일이] 마약운반선 생존자 사살 “전쟁범죄” 논란

2025-12-02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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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군 9월2일 미사일 공격
▶ 생존자 2명 확인 후 사살

▶ 헤그세스 국방장관 도마에
▶ 연방의회 군사위 조사 착수

미군이 지난 9월 카리브해에서 마약 운반선으로 의심되는 보트를 미사일로 공격한 뒤 생존자까지 추가 공격으로 사살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나면서 국제법 위반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특히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전원 사살 명령이 있었다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이는 ‘전쟁범죄’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연방의회가 조사에 나서는 등 헤그세스 장관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 무슨 일이 있었나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군은 지난 9월2일 카리브해에서 마약 운반선으로 의심된 보트를 미사일로 공격했다. 이후 드론 영상에서 잔해에 매달린 생존자 2명을 확인했지만, 프랭크 브래들리 JSOC 사령관은 “생존자들이 다른 마약 밀매자들에게 연락해 마약을 수거하게 할 수 있다”며 “합법적 표적”으로 규정했다. 헤그세스 장관의 명령 이행을 위해 2차 공격이 지시됐고 생존자 2명도 사망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전원 사살 명령에 따라 합동특수작전사령부(JSOC)가 이를 집행했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9월2일 공습을 시작으로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서 최소 22척의 보트를 추가 공격해 71명을 더 사살했다. 행정부는 이들 선박을 테러단체로 지정된 마약 카르텔의 보트라고 주장하며 선원들을 ‘전투원’으로 규정해 사살을 정당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마약 밀매 혐의는 입증되지 않았으며, 사법 절차 없이 살해한 것은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JSOC는 의회 보고에서 ‘선박 잔해가 항해 위험이 될 수 있어 배를 가라앉히려 재공격했다’며 생존자 사살 의도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민주당 세스 몰턴 하원의원은 “방대한 바다에서 작은 보트 잔해가 위험이라는 설명은 말이 안 된다”며 “생존자 살해는 명백한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국제법은 부상하거나 항복해 전투 불능 상태인 전투원에 대한 처형을 금지한다.

■ ‘전쟁범죄’ 논란 조사 착수

이와 관련 연방 의회는 국제법 위반 논란을 부른 미군의 베네수엘라 마약 운반선 생존자 사살에 대한 사실관계 파악에 착수했다. 공화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하원 군사위원회에서 조사에 나선 것이다.

로저 위커(공화·미시시피) 연방상원 군사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당시 상황과 관련한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엄격한 감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원 군사위는 이미 국방부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마이크 로저스(공화·앨라배마) 연방하원 군사위원장도 “카리브해에서의 군사작전에 대해 엄격한 감시를 수행할 것”이라며 상원과 동일한 입장을 취했다.

연방 의회 내부에선 최근 현지 언론이 보도한 마약 운반선에 대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전원사살’ 명령이 전쟁범죄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확산하고 있다. 팀 케인(민주·버지니아) 연방상원의원은 미군이 지난 9월 카리브해에서 마약 운반선을 격침한 뒤 두 번째 공격을 통해 생존자 2명을 제거했다는 기사 내용에 대해 “사실이라면 국제법뿐 아니라 미국 국내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마이크 터너(공화·오하이오) 연방하원의원도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 헤그세스는 반발

그러나 격침된 선박의 생존자 2명을 추가 공격해 살해하도록 명령한 것으로 보도되면서 ‘전쟁 범죄’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헤그세스 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서 생존자 제거 명령에 대한 언론보도를 ‘가짜뉴스’로 규정한 뒤 “언론이 조국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전사들을 깎아내리기 위해 날조와 선동, 비방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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