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불시에 찾아오는 뇌경색… 재관류술 후 ‘이차손상’ 막을 해법 찾았다

2025-12-02 (화) 12:00:00 안경진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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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문구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팀

▶ 전향적 다기관 무작위 대조 임상연구로 뇌경색의 저체온치료 안전성 최초 입증

체온을 일시적으로 낮춰 뇌손상을 줄이는 ‘저체온치료'가 혈관을 재개통하는 뇌경색 치료 이후 발생하는 2차 뇌손상에도 안전하게 적용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은 한문구·강지훈 신경과 교수 연구팀은 분당서울대병원·동아대병원·계명대동산병원·서울아산병원 등 5개 의료기관이 참여한 전향적 다기관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통해 혈관 재개통술을 받은 뇌경색 환자에게 저체온치료를 실행했을 때의 안전성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고 28일 밝혔다.

급성 뇌경색은 뇌로 가는 경동맥이나 뇌 내부 혈관이 혈전(피떡)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막히는 질환이다. 처치가 늦어질수록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한 뇌세포가 괴사해 영구적인 장애를 남기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혈액의 흐름을 복구하는 재관류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제 때 치료를 받아 재관류에 성공하더라도 위험은 남아있다. 혈액이 갑자기 재공급되면서 뇌손상을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을 대량 생성해 뇌세포가 다시 파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후유증을 ‘재관류 손상’이라고 부른다. 현재까지 예방법이 확립되지 않은 데다 치료가 잘 이뤄져 안심하는 순간 이차적 손상이 생기기 때문에 뇌경색 분야의 난제로 남아있다.


재관류 손상을 줄이는 유력한 방법으로는 ‘저체온치료'가 꼽히지만 제한적으로만 활용되고 있다. 저체온치료는 뇌손상이 일어나는 동안 환자의 체온을 떨어뜨려 뇌대사를 감소시킴으로써 큰 손상을 입지 않도록 보호하는 원리다. 순환기 분야에서는 심정지 후 소생한 환자의 재관류성 뇌손상을 최소화하는 효능이 입증돼 세계적인 표준치료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뇌경색 환자의 경우 심정지와 달리 저체온치료의 효과, 시행 기준 등이 아직까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아 널리 사용되진 않고 있다.

연구진은 2016년 12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뇌경색 발병 후 8시간 이내 재관류 치료를 받았던 환자 40명을 대상으로 저체온치료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전향적 무작위 대조 연구를 수행했다. 치료의 목표는 48시간 동안 35도의 저체온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잡았다.

그 결과 저체온치료 과정에서 모든 환자가 기관삽관 또는 인공호흡기 없이 목표 체온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심박수 감소와 같은 부작용은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보고됐다. 임상적 예후는 저체온치료군과 비치료군 간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아 향후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한 효과성 검증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저체온치료가 재관류술을 받은 뇌경색 환자에서 안전하게 시행될 수 있음을 밝힌 데 의미가 있다. 한문구 교수는 “저체온요법은 이미 미국, 유럽 등에서 활발하게 시행되는 치료법"이라며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향후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저체온치료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입증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안경진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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