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립선암 과잉 진단? 늦은 진단 더 문제”

2025-11-13 (목) 12:00:00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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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성일 삼성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 초기 증상이 없어 진단 늦어져

▶ 40·50대도 발병... 금연은 기본
▶ “정기적으로 PSA 검사 필요”

“전립선암 과잉 진단? 늦은 진단 더 문제”

3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서성일 비뇨의학과 교수가 로봇수술기 앞에서 전립선암 치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전립선암 환자들은 첫 진단에서 고위험으로 판정되는 경우가 절반 이상이에요.” 서성일 삼성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대한비뇨의학회장)는 3일 “간단한 혈액검사(PSA 검사)만으로 조기 검진이 가능한 만큼 정기적으로 PSA 검사를 받아야 하고, 국가건강검진 항목에도 이를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만난 그는 “비교적 젊은 40, 50대도 전립선암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립선암은 일찍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100%에 가깝다. 문제는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잦다. 전이가 이뤄진 상태에서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50% 미만으로 떨어진다. 서 교수가 인터뷰 내내“정기적인 PSA 검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이유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립선암 의심 증상이라면 어떤 게 있습니까.

“초기엔 증상이 거의 없습니다. 혈뇨는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됐거나 전립선비대증이 동반된 경우에 나타나는 것이지, 조기 전립선암의 전형적인 증상이 아니에요. 다만 여러 위험 요인이 있는데, 비만도 그중 하나입니다. 최근엔 비만한 남성에서 발견된 전립선암이 더 진행됐다거나 고위험으로 나오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어요. 고위험 전립선암은 암세포가 빠르게 자라거나, 전이 가능성이 큰 경우를 뜻합니다. 젊은층의 발병률은 고령층보다 낮지만, 진료 현장에선 40, 50대에 진단되는 환자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요. 이 연령대에서 발견되는 전립선암은 가족력이나 유전적 소인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단하는 방법이 간단하다고 들었습니다.

“전립선암은 비교적 간단한 혈액검사로 1차 선별이 가능하다는 게 큰 장점입니다. 금식이 필요 없는 전립선 특이항원(PSA) 검사를 먼저 하고, 여기서 이상 소견이 있으면 전립선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병변의 위치와 악성 여부를 살펴봅니다. 그다음 최종적으로 전립선 조직검사를 통해 확진하는 식으로 진행돼요. 대장·위 내시경처럼 힘든 검사를 해야 발견되는 암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진단 접근성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가건강검진에서 왜 PSA 검사를 해야 합니까.

“서구에선 PSA 검사에 따른 과잉 진단 논의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릅니다. 2010~2020년 국내에서 발생한 환자 약 2만7,000명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절반 이상이 첫 진단 시점부터 고위험군이었어요. 미국이나 유럽 국가의 고위험군 진단 비율(20~30%)보다 훨씬 높은 수준입니다. PSA 검사가 국가건강검진에 포함돼 있지 않고, 의료 격차로 대도시와 지방 간 검사 기회가 불균등한 국내 현실에선 ‘과잉 진단’보단 ‘늦은 진단’이 더 현실적인 문제예요. 전립선암은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저렴하고 간편한 PSA 검사를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포함하면 고령이거나, 지방에 살거나,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집단에서 전립선암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위험과 고위험이 얼마나 차이 납니까.

“세포의 악성도가 낮고 암이 전립선 내부에만 국한된 경우 저위험으로 봅니다. 반면 암이 전립선을 감싸는 피막을 뚫고 밖으로 번진 경우는 고위험군으로 봅니다. 이보다 더 진행돼 주변 장기나 림프절, 뼈로 옮겨간 게 확인되면 초고위험 또는 전이성 전립선암으로 분류합니다. 저위험 전립선암은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를 하면 완치율이 높지만, 고위험은 이런 치료 후에도 재발이나 전이 가능성이 높아요. 암세포가 전립선 내에 국한된 경우 5년 생존율은 100%에 가깝습니다. 반면 전이가 이뤄진 단계에선 그 비율이 50% 미만(49.6%)으로 급격히 떨어집니다.”

-약으로 치료할 땐 골다공증을 조심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전이가 없는 전립선암은 완치를 위해 근치적 전립선절제술이나 방사선 치료를 주로 합니다. 수술은 로봇 수술이 표준치료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전립선은 골반 깊숙한 곳에 있고, 주변에 신경·혈관·요도괄약근이 밀집해 있어 로봇의 정교한 절제가 수술 후 기능 보존에도 유리합니다. 다른 장기로 전이가 이미 진행됐다면 수술 효과가 제한적이에요. 그래서 약물 치료를 하는데, 기본적으로 남성호르몬을 차단합니다. 전립선암이 남성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증식하는 탓입니다. 다만 남성호르몬 박탈요법은 골절 위험을 21~54%로 높이기 때문에 치료 시행 초기에 골밀도를 측정하고 골절 위험성을 평가합니다. 골절 위험이 높으면 남성호르몬 박탈요법과 함께 골밀도 감소와 골절 예방을 위한 골흡수억제제를 써요. 이때 비타민D와 칼슘을 보충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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