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란 맘다니의 정치적 롤 모델은 버니 샌더스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OC)다. 이들은 미국 민주사회주의계(DSA)의 상징으로, 부유세·임대료 동결, 무상교통·공공복지 확대 등 북유럽 복지국가에서는 일반적인 정책을 미국에서는 ‘급진적 진보’로 이끈 바 있다.
맘다니는 이들의 생활밀착형 정책과 소셜미디어 중심의 소통 전략을 본인의 정치 무기로 삼았고, 실제로 젊은 세대와 서민, 소수자 유권자를 결집해 정치적 승리를 이뤄냈다.
보스턴의 미셸 우는 민주사회주의 진영이 실제 대도시 행정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음을 입증하는 존재다. 대만계 이민 2세로 태어나 하버드대·하버드 법대 출신이라는 배경 위에, 시의원 및 시의회 의장을 거쳐 2021년 첫 여성·아시아계 시장에, 2025년엔 무투표 재선까지 성공하며 보스턴의 ‘절대 강자’가 되었다. 우는 엘리자베스 워런의 후계자답게 주택공급 확대, 임대료 규제, 무상 대중교통, 사회복지 확대, 소수자 권리 신장 등 굵직한 진보 정책을 현실에 안착시켰다. 보스턴 내 세입자와 저소득층, 소수자 시민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린 행정력이 두드러진다.
조란 맘다니는 이런 선행 사례에서 특별히 영향을 받았다. 자신이 제시한 무상버스 정책, 임대료 동결, 저소득층 주택·복지 강화, 시영 식료품점 도입, 소수자 보호체계 등은 미셸 우의 보스턴 모델을 뉴욕 실정에 맞춘 버전이다. 미셸 우가 실질 성과로 압도적 재선에 성공했다는 점은 맘다니 진보 실험의 중요한 심리적·정책적 자산이 됐다.
문제는 뉴욕이다. 보스턴보다 경제 규모도 크고 이해관계자도 많다. 맘다니가 발표한 공약(임대료 동결, 공공임대 대규모 공급, 무상버스, 부유세 확대)은 주의회, 부동산 업계, 보수·중도파 등과 다층적으로 충돌한다. 무상복지 만큼 재정 적자 압박도 명확하다. 2026년 상황을 볼때, 뉴욕주 의회 내 민주당 진보파는 약 40%, 온건·중도·협상파가 50% 내외로 진보 성향 정책의 입법화는 만만치 않다.
맘다니 진영은 러스트벨트와 달리 강력한 청년·진보 연합, 여전히 젊고 활력적인 지역 기반, SNS를 통한 담론 동원력이라는 이점을 안고 있지만, 재정 설계와 부유층 및 대기업의 엑소더스 현상, 연방정부 와의 갈등, 보수 세력의 역공 등 현실정치의 고된 시험대에 올라 있다.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탄생한 공산주의/사회주의 정권들은 민주주의 경험 없이 전근대적 전제정치 방식을 고수하며 결국 몰락하거나 한계를 보였다. 반면, 초기 비인간적이었던 자본주의는 민주주의라는 제도적 통제를 통해 발전하며 생명을 이어왔다. 하지만 자본주의 역시 여러 번의 경제 공황을 겪으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서, 자본주의 종주국 미국, 그중에서도 심장부인 뉴욕시에 폭력 혁명이 아닌 민주적 선거를 통해 민주사회주의자 시장이 탄생했다는 것은 전 세계적인 뉴스다. 이는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 106년, 소비에트 공산주의 몰락 34년 만에 미국에서 다시금 진보적 이상이 민주적인 방식으로 실험대에 올랐음을 의미한다.
맘다니의 성공 여부는 ‘생활비-동원-디지털’의 선거공식에서 ‘재정-법·제도-이해관계’의 통치공식으로의 전환에 성공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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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