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BBC에 10억 달러 소송 위협…BBC회장 “판단오류 사과”

2025-11-10 (월) 10:4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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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예훼손 완전 철회 안하면 소송”…스타머는 BBC 지지 표명

트럼프, BBC에 10억 달러 소송 위협…BBC회장 “판단오류 사과”

10일 BBC 본사[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자신의 연설을 의도적으로 짜깁기한 것으로 지적된 영국 BBC 방송에 법적 조치를 경고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BBC가 10일 보도했다.

AFP 통신과 미국 매체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측은 BBC에 보낸 서한에서 오는 14일까지 요구하는 조처를 하지 않으면 10억 달러(약 1조4천570억원)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통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사들은 문제의 다큐멘터리 등에 나온 '거짓되고 명예훼손적이고 비방적이며 선동적인' 언급을 완전하고 공정하게 철회하고 이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BBC 측은 이를 검토해 서한에 적절한 시기에 답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BBC 편집 지침 및 기준위원회(EGSC) 위원을 지낸 마이클 프레스콧이 BBC 이사회에 보낸 메모에 따르면 BBC는 작년 11월 미 대선 직전 방영한 '트럼프: 두번째 기회?' 특집 다큐멘터리에서 미 의회 폭동이 일어난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연설을 편집해 넣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세 부분을 한 문장처럼 보이도록 짜깁기해 의회 폭동을 선동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비판이 거세지면서 지난 9일 팀 데이비 BBC 사장과 데버라 터네스 뉴스·시사 총책임자가 사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임 발표 직후 트루스소셜에 "BBC 수뇌부가 내 훌륭한 1월 6일 연설을 조작했다가 그만두거나 잘렸다"며 "이들은 대선 저울에 발을 대려 한 아주 부정직한 사람들"이라고 썼다.

우익 영국개혁당의 나이절 패라지 대표는 10일 스카이뉴스에 자신이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게 최고 동맹국에 할 일인가"라고 말했으며, "이번 일에 아주 아주 불만스러워했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사미르 샤 BBC 회장은 이날 영국 의회에서 BBC가 "연설이 편집된 방식이 (지지자들에게) 폭력적 행동을 직접 촉구했다는 인상을 줬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판단 오류에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샤 회장은 프레스콧의 메모와 관련해 BBC 이사회가 편향성 우려 제기를 무시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한 개별 실수와 잘못은 있더라도 체계적이거나 제도적으로 편향성이 있다는 비판은 사실이 아니라면서 "BBC 뉴스의 DNA와 문화는 공정성"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이날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 "키어 스타머 총리는 BBC가 제도적으로 편향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BBC에 지지를 표명했다. 이 대변인은 "여기서 중요한 것은 BBC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높은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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