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SC 조교 근무 당시 피해
▶ 민사소송 합의 과정 밝혀
▶ “사퇴로 무마하려 했다 변화와 사과 원해 소송”
USC에서 조교로 근무하던 시절 한인 교수에게 상습적인 성추행을 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던 한인 여성의 스토리가 최근 한 독립 비영리 매체를 통해 공개됐다. 그녀는 피해 사실을 학교 측에 알렸지만, 대학 당국이 사건을 축소·무마하려 했다고 폭로하며, 이후 합의에 이르기까지 드러난 학교의 태도와 내부 대응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피해자 아이리스 김씨는 최근 LA 퍼블릭 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학교의 미흡한 대응과 한인 교수의 부적절한 행위를 상세히 설명하며, 당시 상황의 구체적 정황과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2년 동안, 김씨는 박모 교수의 조교로 근무하며 지속적으로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다섯 차례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으며, 박 교수는 자신을 강제로 껴안거나 입을 맞추며 “너만 보면 참을 수 없다”고 말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2020년 가을, 김씨는 USC 내부에서 차별 및 성희롱 사건을 다루는 ‘타이틀 9’ 담당처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몇 달 동안 조사는 진척되지 않았다. ‘타이틀 9’은 교육기관에서 성 관련 차별을 금지하는 연방법이다. 이에 답답함을 느낀 김씨는 2021년 4월, 박 교수와 USC를 상대로 13개 항목에 걸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법정 증거개시 과정에서 공개된 이메일에 따르면, 당시 USC 마셜경영대 학장과 타이틀 9 관계자들은 박 교수의 조기 은퇴 시 조사를 중단하는 방안을 논의한 정황이 드러났다.
김씨가 소송을 제기하자 학교 측은 입장을 바꿨다. 2021년 5월 박 교수는 “은퇴 여부와 관계없이 조사가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이메일에 적었다. USC 변호인단은 해당 이메일이 포함된 법정 문서를 비공개로 봉인하려 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이후 USC는 김씨 소송 내용을 비밀로 유지하려 했으며, 2025년 8월에는 법원에 ‘모든 기밀 문서를 파기해 달라’는 삭제 명령을 제출했다.
소송 1년 후 김씨는 절차에 대한 신뢰 부족으로 타이틀 9 사건 참여를 거부하며 사건은 종결됐다. 이후 2023년 9월 민사소송 재판을 앞두고 USC는 비공개 합의금을 제시했고, 김씨는 변호사 권유에 따라 이를 수락했다. 김씨는 “정책 변화와 사과를 원했지만, 결국 돈으로 마무리됐다”고 밝히며, 합의금은 박 교수와 USC가 공동 지급했으나 액수는 비공개라고 전했다.
박 교수(현재 80세)는 지난 2021년 5월 건강상의 이유로 은퇴했다. 그는 서면 성명에서 “부적절하거나 비윤리적 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하면서도, 타이틀 9 담당처가 조사를 서둘러 종결하려 한 사실은 인정했다. 박 교수는 25년간 재직 후 은퇴했고, 이 사건의 타이틀 9 조사 절차는 중단됐다.
전문가들은 타이틀 9 규정이 은퇴 합의를 명시적으로 금지하지는 않지만, 피해자는 반드시 서면으로 조사 절차와 권리를 안내받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국 학내 성폭력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019~2024년 성비위 제재를 받은 교직원 중 34% 이상이 법적·직업적 처벌 없이 은퇴하거나 사직했다. 전문가들은 대학들이 증거 부족이나 교직원 자진 은퇴를 이유로 비공식 합의를 하는 경우가 많으며, 현행 연방 규정은 가해자에게 사실상 ‘한 번의 면죄부’를 준다고 지적한다.
김씨는 “타이틀 9 제도에는 근본적 이해 상충이 있으며, 진정한 책임을 원한다면 결국 소송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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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