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치러진 대선 이후, 많은 분들이 올해만큼은 큰 선거 없이 조용한 시간을 기대하셨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에서는 그렇지 않게 됐다. 오는 11월4일, 주민발의안 50이라는 매우 중요한 특별선거가 진행된다.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발의안은 우리 한인 커뮤니티의 대표성과 정치적 위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주민발의안 50은 앞으로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될 새로운 연방하원 선거구 지도를 만들고, 이후에는 다시 독립 선거구획정위원회로 권한을 돌려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얼핏 보면 복잡한 절차를 바꾸는 논의처럼 들릴 수 있지만, 사실 선거구 경계는 곧 공동체의 힘을 규정하는 가장 현실적인 정치 도구다. 한인 유권자들이 같은 선거구 안에 제대로 묶여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영향력은 하늘과 땅 차이가 된다.
우리 한인사회는 인구와 경제적 존재감에 비해 정치적 발언권은 아직 충분히 확립됐다고 말하기 어렵다. 오랫동안 우리는 투표율이 낮고, 조직력도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하지만 그 인식이 영원할 필요는 없다. 이번 발의안은 우리가 더 이상 ‘조용한 소수’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절호의 기회다. 선거구 경계가 새롭게 그려진다면, 우리가 사는 지역이 더 경쟁력 있는 선거구가 될 수 있고, 우리의 한 표가 더 높은 가치를 가질 수 있다.
물론 이 발의안에 대해 반대 의견도 존재한다. 정치권이 선거구 획정에 개입할 수 있는 틈을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 독립위원회의 권한이 잠시라도 약화될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그런 우려를 무조건 가볍게 여길 수는 없다. 그래서 이에 대해 우리가 더욱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 누군가 대신 결정해주길 기다리는 유권자가 아니라, 이유를 알고 투표하는 주체로 나서야 할 때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변화는 누군가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움직일 때 비로소 시작된다. 우리 커뮤니티 안에는 아직 정치 정보와 언어 접근성이 충분하지 않은 분들도 많다. 그렇기에 필요한 정보를 서로 나누고, 투표 방식과 기한을 정확히 확인하며, 주변 가족과 이웃에게도 참여를 권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작은 행동들이 모일 때 비로소 공동체 전체의 힘이 생긴다.
우리는 더 이상 주변에 머무는 이민자 공동체가 아니다. 우리 아이들이 성장할 환경도, 우리의 생활 기반도, 지역사회 예산과 정책도 모두 정치적 구조 속에서 결정된다. 선거구 지도는 단지 종이 위의 선이 아니라, 우리 존재감이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정치적 지형이다.
주민발의안 50은 그 지형을 다시 그릴 기회다. 나는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커뮤니티가 이번 선거에서 분명한 목소리를 낸다면, 우리는 앞으로 더 큰 공간에서 당당히 자리할 수 있다. 그렇게 한 걸음씩 우리의 미래를 바꿔 나가야 한다.
이번 11월, 한 표로 우리의 영향력을 반드시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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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한인민주당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