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학군·집값’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동네 안전이 우선”

2025-10-30 (목) 12:00:00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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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렛허브, 가장 안전한 주 순위 발표
▶ 버몬트, 전국에서 가장 안전한 주에 올라

▶ 매사추세츠 등 북동부 주들이 ‘상위권’
▶ 안전할수록 수요 많아 주택 가격도 높아

‘학군·집값’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동네 안전이 우선”

안전한 주 상위에 오른 주는 낮은 범죄율, 재정적 안전, 도로 안전, 직장 내 안전, 재난 대비 안전도 등에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로이터]

‘삶의 질’이라고 하면 흔히 문화생활, 대중교통, 적절한 주거비 등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이 모든 조건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사는 동네가 안전한가’라는 것이다. 개인 금융 정보업체 ‘월렛허브’(WalletHub)가 최근 ‘가장 안전한 주’ 순위를 발표했다. 조사는 범죄율뿐 아니라 재정적 안전, 도로 안전, 직장 내 안전, 재난 대비 수준 등 총 5개 분야, 52개 세부 항목을 분석해 종합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주로 버몬트가 꼽혔다. 이어 매사추세츠, 뉴햄프셔, 메인, 유타, 코네티컷, 하와이, 미네소타, 로드아일랜드, 와이오밍 순으로 조사됐다. 상위 4개 주 모두 북동부에 위치해 있으며, 이들 지역은 총기 규제가 강하고 교육 수준이 높으며, 극단적인 기후 재해도 적은 주들이다. 월렛허브의 칩 루포 애널리스트는 “이들 주는 낮은 범죄율과 높은 재정적 안정성을 함께 갖췄다”라며 “경제적 여유와 적절한 규제는 삶의 안정성을 높이고, 거주 선호도로 이어진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안전한 지역은 높은 주택 수요로 이어지며, 부동산 가치를 높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0개 주 중 미네소타를 제외한 나머지 주는 모두 미국 평균 주택 리스팅 가격(42만5,000달러)을 웃돌았다. 온라인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터닷컴의 해나 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조명, 보행자 편의성, 동네 환경 관리, 지역 공동체 의식 등은 안전 인식과 연결되며, 이들 요소들이 부동산 가치를 끌어올린다”라고 분석했다.


1위: 버몬트(67.22점)

‘벤앤제리스 아이스크림’, ‘메이플 시럽’,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으로 잘 알려진 북동부의 버몬트가 가장 안전한 주 1위에 올랐다. 버몬트는 낮은 범죄율뿐만 아니라, 재정 안정성과 도로 안전성에서도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주택 중간 가격은 50만9,000달러로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버몬트는 이번 조사에서 재정 안전성 1위, 도로 안전성 1위를 기록한 것은 물론, 개인 및 주거 안전성 12위, 직장 안전성 12위, 비상 대응 역량 11위로 전 항목에서 고르게 높은 순위를 나타냈다. 특히, 실업률은 약 2.3%로 전국 최저 수준이며, ‘깡통 주택’(주택 가치가 모기지 대출금보다 낮은 주택)의 비율도 가장 낮다.

파산 건수 역시 전국 2위(낮은 순위)로 주민들의 경제적 여유와 재정 건전성이 뛰어남을 보여줬다. 도로 관리도는 전국 2위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에 속했다. 주민의 약 75%가 ‘이웃이 안전하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전국에서 네 번째로 높은 수치다.

2위: 매사추세츠(66.56점)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 중 하나로 꼽히는 매사추세츠주가 가장 안전한 주 2위에 올랐다. 주택 중간 가격은 75만9,999달러로 전국 평균(약 42만5,000달러)을 훨씬 웃돌지만, 높은 치안 수준과 탄탄한 고용 안정성 덕분에 여전히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주거지다.

특히 개인 및 주거 안전성에서는 버몬트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는 보스턴처럼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안전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지표다. 매사추세츠는 재정 안정성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직장 보안성(고용 안정성)은 전국 3위, 신규 일자리 연간 증가율은 전국 4위로 경제적 기반이 매우 탄탄한 주로 꼽혔다.


총기 규제도 철저한 편으로, 2023년 6월부터 2025년 6월까지 발생한 대형 총격 사건은 전국에서 8번째로 적었다. ‘응급 의료 인력’(EMT) 수는 전국 24위로 평균 수준이지만, 전국적으로 우수한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인력이 많아 응급 대응 시스템이 탄탄한 편이다.
‘학군·집값’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동네 안전이 우선”

개인 금융 정보업체 월렛허브의 ‘가장 안전한 주’ 순위에서 북동부 버몬트 주가 1위를 차지했다. [로이터]


3위: 뉴햄프셔(65.75점)

‘그라나이트 스테이트’(Granite State)로 불리는 뉴햄프셔가 세 번째로 안전한 주로 선정됐다. 총점 65.75점을 기록한 뉴햄프셔는 개인 및 주거 안전성 2위, 재정 안전성 2위 등 핵심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뉴햄프셔는 범죄율이 전국 최저 수준이다. 인구 대비 살인 발생률은 가장 낮고, 중범죄(가중 폭행)와 절도 건수도 각각 전국 2위로 적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민의 약 79%가 ‘자신이 안전한 동네에 살고 있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조사에서 뉴햄프셔주의 ‘이웃 감시 네트워크’가 눈에 띄었다. 인구 대비 지역 감시 조직 수가 전국 1위로, 주민 주도의 치안 유지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안정성도 매우 뛰어났다. 중간 크레딧점수는 749점으로 전국 2위, 주택 중간 매물 가격은 59만5,000달러를 기록했다.

4위: 메인(64.69점)

4위는 총점 64.69점, 주택 중간 가격은 47만5,000달러를 기록한 메인이 차지했다. 메인은 기후 재난 대비 역량 부문에서 전국 2위로, 최근 몇 년간 극심한 기후 재난이 거의 발생하지 않은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개인 및 주거 안전성도 전국 5위로, 북동부 지역의 대표적인 안전한 주임이 입증됐다.

5위: 유타(62.88점)

5위는 유타로, 총점 62.88점, 중간 주택 가격은 59만5,000달러를 기록했다. 유타는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적고, 응급 대응 체계가 뛰어난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직장 안전성 부문 전국 5위, 산업재해 및 업무 관련 질병 발생률이 매우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6위: 코네티컷(62.25점)

뉴잉글랜드 지역의 코네티컷주는 낮은 범죄율을 바탕으로 개인 및 주거 안전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전체 점수는 62.25점이며, 중간 주택 매물 가격은 53만 4,000달러로 전체 순위에서는 6위를 차지했다. 지역 부동산 전문가들에 따르면 코네티컷의 주요 도시들은 자전거 도로 확장, 인도 개선 작업 등 도로 안전과 보행 환경에도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7위: 하와이(61.52점)

천혜의 자연경관으로 유명한 하와이가 안전 부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전체 점수는 61.52점이며, 주택 중간 매물 가격은 75만 달러로 집계됐다. 특히 하와이는 금융 안전성 부문에서 11위를 기록하며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금융 안전성 평가는 실업률, 주택 압류율, 빈곤율, 주민들의 중간 크레딧 점수 등 다양한 경제 지표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8위: 미네소타(61.25점)

‘만 개의 호수의 땅’(The Land of 10,000 Lakes) 미네소타가 도로 안전 부문에서 2위를 차지하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전체 점수는 61.25점으로 8위를 기록했고, 주택 중간 매물 가격은 39만 5,000달러로 집계됐다. 도로 안전 평가 항목은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과속 등 교통 규칙 위반 행위, 1인당 음주운전 적발 건수, 교통사고 사망률 등의 요소가 종합적으로 고려됐다. 미네소타는 금융 안전 부문에서 5위, 직장 안전 부문에서는 6위에 올랐다.

9위: 로드아일랜드(60.17점)

미국에서 가장 작은 주인 로드아일랜드가 개인 및 주거 안전, 그리고 비상 대비 부문에서 각각 8위를 기록했다. 전체 점수는 60.17점이며, 중간 주택 매물 가격은 58만 3,950달러. 로드아일랜드는 낮은 범죄율을 자랑하며, 대규모 자연재해로부터 주민들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10위: 와이오밍(59.04점)

넓은 자연과 목장 문화로 유명한 와이오밍 주가 개인 및 주거 안전 부문에서 14위를 기록했다. 전체 점수는 59.04점, 주택 중간 매물 가격은 49만 2,500달러. 와이오밍주는 범죄율과 사기 피해건수, 약물 과다 복용률 등의 항목에서 낮은 수치를 기록한 반면, 경찰과 소방관, 응급구조대원 수가 많아 안전한 응급 대응 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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