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로닌 “경제분야 합의 균형적…北中 대응 위한 포괄전략 부재”
▶ 랩슨 “韓, 핵재처리 권한·핵추진잠수함 지원 요청 수용될지 지켜봐야”
워싱턴DC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29일 경주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대해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경제·안보에 관해 일정한 성과를 거둔 회담이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다만 진통 끝에 세부 이행 계획에 양측이 뜻을 같이한 한미 무역합의의 세부 사항을 둘러싸고는 불확실성이 아직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신중론을 제기하는 전문가도 있었다.
또 이번 회담이 무역합의 등 '거래'적 요소에 집중한 나머지, 북한과 중국 등을 상대로 한 포괄적 전략 조율 측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태지역 안보 의장은 연합뉴스의 한미정상회담 평가 요청에 보내온 이메일 답변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거의 흠 잡을 데 없는 상호주의적 정상회담을 조율했다"고 평가했다.
크로닌 의장은 "이 대통령은 균형 잡힌 경제 합의(한미 무역합의)를 확보했다"며 "한국의 대미투자금은 연간 200억 달러의 한도가 설정됐고 양국은 조선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을 심화하기로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 확보와 관련한 지원 요청을 했는데, (미국이 수용할 경우) 한국 해군의 대양 및 해저 작전 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크로닌 의장은 "문제는 거래적인 합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적대적인 나라들을 상대하는 포괄적 전략의 부재에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김정은은 핵 개발을 가속화하고 러시아 및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트럼프와의 회담을 건너뛰었다"며 "4중 전회(중국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10월 20∼23일)를 막 마친 시진핑은 차기 5개년 계획을 통해 중국의 핵심적 우위와 공급망 확보, 첨단 산업 정책 추진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전략적 프레임워크가 없는 거래적 접근 방식이 장기적인 우위에 대한 명확한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경쟁국으로 하여금 우리를 추월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 대리는 "이재명 대통령과 그의 팀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손님맞이를 훌륭하게 해냈다"며 "화려한 격식, 의전, 따뜻한 공개 언사 등은 8월 워싱턴에서 열린 두 정상의 첫 정상회담에서 있었던 긍정적인 톤과 분위기에 기반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양측 모두 안보 분야, 반도체, 조선 등에서 강화된 협력을 재확인하는 매우 좋은 발언을 했다"고 덧붙였다.
랩슨 전 대사 대리는 그러나 "정상회담의 실질적 합의에 대해 말하자면 악마는 여전히 디테일(세부 사항) 속에 있다"며 3천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금을 포함한 한미간 무역-투자 합의를 거론했다.
그는 "핵심적인 세부 사항에 대한 협상은 의심할 바 없이 계속될 것"이라며 무역합의의 세부 사항이 한미동맹과 양국 관계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이 대통령이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리와 핵추진 잠수함 프로그램과 관련한 미국의 지원을 요청한 것은 다소 놀라운 일이었다"며 "특히 미국의 승인이 핵 비확산 정책과 중국, 일본에 미칠 영향, 미국의 대북 접근에 미칠 영향 등을 감안할 때 트럼프 행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는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