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뉴스를 열어보면 자산 시장의 방향을 두고 금이냐, 주식이냐, 코인이냐 논쟁이 뜨겁다. 결국 이 모든 주장의 근간은 하나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그 가치가 변치 않고 보존될 대상을 확보해야 한다는 생존 본능이다.
예나 지금이나 그 가치를 인정받는 금속은 금(Au, 원자번호 79번)이다. 낮은 전기 저항과 탁월한 내식성 덕분에 귀금속을 넘어 모든 첨단 전자제품의 핵심 소재로 쓰인다. 이 금은 태양보다 1,000배 이상 무거운 거대 별이 일생을 마칠 때 일어나는 초신성 폭발(Supernova)이라는 극적인 순간에 생성된다.
하지만 금보다 훨씬 희귀하고 비싼 금속도 있다. 바로 레늄(Re, 원자번호 75번)이다.
레늄이 첨가된 니켈 초합금은 섭씨 1000도가 넘는 고열에서도 변형되지 않아 제트 엔진과 로켓 엔진의 터빈 블레이드 제작에 필수적이다.
레늄은 중성자별 충돌이나 초신성 폭발 같은 우주의 격변 속에서 찰나의 순간에 엄청난 양의 중성자가 원자핵에 포획되는 환경에서만 만들어진다. 지구상의 모든 귀하고 흔한 금속들(흔한 철부터 희귀한 금, 그리고 레늄까지)은 태양계가 만들어지기 전, 우주를 떠돌다 지구로 유입된 이주 물질인 셈이다.
미국은 오랜 역사를 가진 서유럽, 북유럽 등 구대륙의 이민자들이 주축을 이루어 만들어진 나라다. 현재 인구 분포는 백인 59.3%, 라틴계 18.9%, 흑인 12.6%, 아시아계 5.9% 순이다. 이 중 혼혈을 포함한 한인 인구는 약 200만명~ 205만명으로, 전체의 0.6%에 불과한 소수계이다.
수적으로 소수인 한인 커뮤니티가 다수계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약 세월이 흘러 뿔뿔이 흩어져 살게 된다면, 우리는 그저 생김새가 비슷한 동아시아계로 뭉뚱그려지거나, 심지어 기타(Other)로 치부될 위험도 있다.
그러나 우리 한민족은 5,000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민족의 후예이며, 동시에 민주주의와 문화, 기술강국으로 부상한 대한민국이라는 든든한 ‘비빌 언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미주 한인들에게 중요한 것은 이 ‘비빌 언덕’의 물리적 가치를 넘어, 우리가 어떤 정신적 가치를 미국 사회에 심어주느냐가 더 중요하다.
현재 세계는 기존 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가 자리 잡는 고통스러운 전환기에 진입하고 있다. 이 혼란의 종착역은 알 수 없지만, 새로운 질서를 누가, 어떻게 구축하느냐에 따라 다음 시대의 주역이 결정될 것이다.
이 위기 앞에서 한인 커뮤니티는 민족의 국조 단군이 제시한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고 세상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의 미션을 미국 사회에서 실천하면 어떨까?
그래서 우리가 할 일은 생각해보면 첫째, 민족 공동체를 굳건히 구성하고 단결하여 집단의 힘을 유지한다, 둘째, 우리 민족의 문화적 역량을 바탕으로 ‘홍익인간‘의 가치를 실천한다, 셋째, 위기에 강한 민족적 특성을 살려 다가오는 혼란을 이겨낸다.
우리가 단순한 ‘숫자’로 무시될 수 없는, 제트 엔진의 터빈 블레이드에 필수적인 레늄처럼, 소수이지만 없어서는 안 될 핵심적인 가치를 미국 사회에 제공한다면, 한인 커뮤니티는 새로운 시대의 미국 사회 속에서 가장 인정받고 가치 있는 공동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위기에 강한 민족이기에, 우리는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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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