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별도 메시지 없이 APEC 일정 준비 등 경영 집중
▶ 연말 인사·조직개편 준비…컨트롤타워 부활 목소리 커져
▶ 내달 초 다시 방미…반도체 반등 시작, 실적호조 이어질 듯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4일(한국시간) 경기도 수원시 선영에서 열린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5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있다. 2025.10.24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오는 27일(이하 한국시간) 취임 3주년을 맞아 경영의 고비를 바짝 조이며 그룹의 위기 극복과 재도약을 이끌고 있다.
이 회장이 대법원 무죄판결 이후 국내외에서 숨 가쁜 행보를 이어가며 여러 굵직한 성과를 내자, 삼성전자도 올해 3분기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하는 등 '잃어버린 10년'에 작별을 고하고 있다.
재계는 다가오는 연말 인사와 조직 개편 등을 통해 이 회장이 보여줄 '뉴삼성' 비전에 주목하고 있다.
◇ '정중동' 행보 속 인사구상…등기임원 복귀 결단할까
26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취임 3주년과 관련한 별다른 행사나 메시지를 준비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 때도 별다른 행사나 메시지가 없었을 정도로 대외적 행보 대신 가시적 성과로 리더십을 입증하겠다는 평소 지론에 따른 것으로 추측된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은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을 앞두고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들과의 만남을 준비하는 등 평소와 같은 경영 행보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번 APEC 행사를 계기로 이 회장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회동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내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핵심 제품인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의 엔비디아의 공급 건이 전격 타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APEC 이후 그룹 안팎의 시선은 삼성전자 정기 인사로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통상 12월 초 사장단과 임원 인사, 조직 개편을 순차적으로 진행했다.
그러나 최근 2년간은 11월 말에 인사가 이뤄져 올해도 비슷한 시기에 인사가 있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했다.
특히 이번은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를 털어낸 뒤 첫 인사인 만큼 대폭의 조직 개편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 양축 중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는 지난해 5월 구원투수로 전영현 부회장이 부문장으로 유임될 것이라는 예상이, 디바이스경험(DX) 부문에서는 노태문 사장이 직무대행 꼬리표를 떼고 정식 부문장으로 임명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그룹 컨트롤타워의 재건 여부다.
2017년 삼성 미래전략실이 해체됐으나 이후 그룹 경쟁력 강화를 위해 컨트롤타워를 재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도 위원회 내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며 컨트롤타워 필요성을 거듭 제기했다.
이 회장 본인과 관련해서는 사법리스크 와중인 2019년 10월 내려놓은 등기임원직에 언제쯤 복귀할지가 관심사다.
4대 그룹 총수 중 미등기임원은 이 회장이 유일한데, 재계 안팎에서는 무죄가 확정된 이 회장이 책임경영 차원에서 등기임원 복귀를 더 이상 늦추기 어렵다는 의견이 끊이지 않는다.
다만, 연이은 상법 개정으로 기업 규제가 급변하고 미중 기술패권 경쟁과 글로벌 관세전쟁이 격화하는 와중에 지배구조 관련 논의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 방미 계기 굵직한 성과…'10만전자' 축포쏠까
당분간 이 회장은 그룹의 실적 개선과 미래 동력 발굴을 위한 국내외 경영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내달 초 미국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에서 열리는 이건희 컬렉션 전시회를 계기로 미국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삼성전자가 부진 탈출의 발판을 마련한 것도 사법리스크 해소를 전후로 한 이 회장의 미국 출장과 맞물려 있어 이번 행보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지난 7월 말 이 회장의 미국 출장 전후로 삼성전자는 테슬라, 애플과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맺었고, HBM4의 엔비디아 공급 준비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테슬라가 자사 차세대 AI칩 AI6뿐만 아니라, 원래 TSMC에만 맡기기로 했던 AI5칩 생산까지 삼성전자와 협력하기로 하면서 TSMC의 아성에 균열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비메모리 사업의 반등과 함께 메모리 사업도 글로벌 AI 확산에 따른 슈퍼 사이클을 타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올해 3분기에는 이전 분기 잠시 내줬던 글로벌 메모리 시장 1위 자리를 되찾는 등 메모리 사업의 호조와 함께 DS 부문 영업이익이 6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3분기 전사 매출은 86조원을 넘어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로써 DS 부문은 이전 분기 영업익이 불과 4천억원에 그쳤던 충격을 완전히 털어내고, 나아가 세계 최고 메모리 생산 능력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질 AI 메모리 호황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회장은 지난 1일에는 방한한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만나 초거대 AI 인프라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와 관련해 전방위적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
이 같은 이 회장의 광폭 행보와 함께 '500만 국민주'인 삼성전자도 어느덧 '10만전자' 고지를 눈앞에 두게 됐다.
지난해 11월 14일 장중 4만9천900원까지 내렸던 주가는 지난 21일 역대 최고가인 9만9천900원을 찍으며 2배 가까이 올랐고, 조만간 10만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연합뉴스>